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가 내 바지 지퍼를 내린다, 3개월 만의 재회

이혼 3개월 만에 전 남편과 마주쳤다. 그의 옆엔 새 여자. 그녀의 손가락이 내가 입던 청바지 단추를 풀 때, 지워지는 나의 자리를 목격했다.

이혼새여자질투기억

“그녀가 내 첫 단추를 풀었다”

편의점 담배 진열대 앞에서 굳어버린 발목, 여름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가 살에 박혔다. 건너편 야채가게—민석이 서 있었다. 아직도 목덜미를 두 손으로 쓸던 습관, 나는 하루 만에 떨쳐낸 몸의 기억이 그에게는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시선이 민석에게 가지 않았다. 그의 왼쪽, 새 여자. 그녀 손에 든 비닐봉지. 한눈에 알았다. 봉지 안에 접혀 있는 건, 내가 지난주까진 피부처럼 달라붙던 청바지였다. 오른쪽 무릎 위 작은 구멍—게임 삼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만든 흔적. 그 구멍만큼은 세탁으로도 지워지지 않던 우리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바지를 꺼내 들더니, 첫 번째 단추를 살살 풀었다. 치이익—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만 날카롭게 울렸다.


“그녀가 내 몸의 틈새를 헤집는다”

서명한 종이 위에는 이미 “우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가슴이 쪼개지는 게 아니라, 벗겨지는 듯했다. 바짝 다려진 드라이클리닝용 비닐이 온몸을 쓸어감.

그녀가 지금쯤 내 바지를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민석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지퍼를 또 한 번 내릴지도.

내가 떠나온 침대 위, 아직 내 체취가 남아 있을까. 그녀가 민석의 손끝을 잡고 내가 누웠던 자리로 이끌어갈까. 상상은 여기까지였다—여기서 멈춰야 한다—그러나 발가락은 떨었다.


“지하주차장, 두 번째 마주침”

지혜, 34세, 이혼한 지 97일째. 전 남편 민석과 새 여자가 사는 동네에 우연히—혹은 조금은 일부러—이사 왔다.

첫 번째 목격은 지하주차장. 민석이 타고 있던 차가 내 BMW를 스쳐 지나갔다. 창밖으로 본 뒷모습, 한 발 뒤에서 걷던 그녀. 나는 차를 세웠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이 떨렸다.

두 번째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마주친 그녀.

“어, 지혜 씨?”

미소였다. 민석이 내 이름을 그녀의 입에 옮길 때, 혀끝이 어떻게 움직였을까.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가 손에 든 봉지를 살짝 들어 올렸다. 내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옷장 안의 빈 칸”

사람들은 질투를 상대에 대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권력의 문제다. 내가 지배했던 공간, 내가 머물렀던 시간, 내가 만든 추억이 새로운 누군가에게 점령당하는 순간—그건 그가 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우는 것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다시 차를 몰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은 아직도 떨렸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어, 지혜 씨?”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내 바지를 입고 민석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모든 게 내 머릿속에서만 반복되고 있었다.


“그녀가 내 빈 자리를 메운다”

집으로 돌아와 문고리에 걸던 외투를 벗었다. 냉장고 문에 붙어 있던 자석 메모, 소파 밑에 굴러다니던 머리카락 한 올—그녀가 하나씩 치워갈 때마다 나는 조금씩 사라진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녀와 민석, 그리고 내 바지. 나는 아직도 그곳에 서 있다.


온도, 34℃

냉장고 서랍에서 꺼낸 맥주 캔이 손바닥에 차갑게 닿았다. 그녀가 내 바지를 입고 민석과 함께 있는 모습—그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내가 지워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아래층 창문이 하나씩 불이 꺼진다. 어디쯤일까, 그들의 방. 그녀가 내 바지를 입고, 민석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그 상상은 아직도 내 몸을 떨게 한다.

맥주 캔을 침대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제는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비웠다. 그녀가 내 빈 자리를 메우고, 그가 그녀의 빈 자리를 메우며, 우리는 서로의 흔적 없이 살아간다.

온도는 여전히 34℃. 여름밤, 담배 연기가 천장에 떠 있다. 민석의 손길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나는 그 장면을 눈감고도 본다. 그리고 그만큼, 나는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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