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무님 향수 뭐 쓰셨어요?”
화장실 앞 복도, 지연은 조심스레 상무의 뒷목에 코를 기댔다. 23세 여직원이 54세 남자의 냄새를 맡는 순간. 그녀의 숨소리가 짧아졌다. 금발 머리카락 사이로 검은 머리카락이 섞여 있었고, 잔주름 가득한 목덜미에서 남성용 구연향과 담배 연기, 그리고 뭔지 알 수 없는 카다면의 떨림 같은 게 배어 있었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아직은.
피부 아래 흐르는 권력의 온도
지연은 아버지보다도 열한 살이나 많은 남자의 냄새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회식 자리에서 상무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매번 그가 건네는 50ml 정도의 소주잔을 마실 때마다, 지연은 그의 손등에서 올라오는 피부 냄새를 맡았다. 이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야. 그는 죽은 피부와 살아 있는 근육 사이에 끼어있는, 세월이 빚은 침묵같은 냄새를 풍겼다.
그녀는 매일 밤 사내 메신저를 열어본다. 상무 이름 옆에 붙은 '부재중' 표시를 보며, 그가 집에 돌아가 아내의 옆에 누워있을 상상을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냄새는 다른 여자들에게 퍼지고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그녀가 사내 책상에 숨겨둔 것
지연의 서랍에는 상무가 버린 담배갑 한 개가 있다. 6월 14일 회식 날, 그는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이것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지연은 조심스럽게 주워서 안주머니에 넣었다. 집에 돌아가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 매일 밤 이 갑을 꺼내서 냄새를 맡는다. 담배 연기와 향수, 그리고 뭔가 죄스러운 냄새가 섞여 있다.
한 번은 상무가 지나가면서 그녀 책상에 잠시 손을 얹었다. 그날 지연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 손바닥 냄새를 코에 묻혔다. 김치찌개 냄새가 나는 할머니 옆자리, 지하철 자판기에서 떨어지는 캔커피 소리. 그리고 그녀는 이제 나도 그 사람의 냄새를 가질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미진의 경우: 그녀는 왜 58세 팀장님의 차를 탔을까
미진은 3년 차 대리다. 지난 겨울 대리들 워크샵에서 58세 팀장 차에 올랐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그녀는 팀장이 운전대를 잡는 손등의 잔주름을 보고 있었다. 히터 바람이 차 안을 데우면서, 팀장의 목에서 올라오는 니코틴과 가죽향이 섞인 냄새가 퍼졌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버지보다도 일곱 살 많은 남자의 냄새가 그녀의 폐 깊숙이 들어왔다. 이건 죄야.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날 밤 미진은 팀장 차에서 맡았던 냄새를 기억하면서, 자신의 남자친구와 섹스를 했다. 눈을 감은 채 그녀가 상상한 건 팀장의 목 뒤였다.
아버지보다 늙은 남자: 왜 우리는 그 냄새에 홀린 걸까
그녀들을 움직이는 건 단순한 향수나 담배 냄새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냄새, 혹은 죽음을 넘어선 삶의 냄새다. 20대의 끝없는 가능성 앞에서, 그녀들은 이미 가능성을 다 써버린 남자의 냄새를 맡고 싶어 한다.
그 사람은 이미 내가 될 수 없는 미래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 미래는 곧 끝날 거야.
이건 금기와 권력의 향연이다. 그녀들은 불가능한 것에 대한 욕망을 품고, 그 불가능함을 뚫고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고 싶어 한다. 그 냄새 안에는 아버지의 실패, 남편의 배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뎌낸 시간이 배어 있다.
당신도 그 냄새를 찾고 있진 않을까
오늘도 회식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당신은 그 냄새를 맡으려고 목을 길게 빼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 냄새를 맡는 걸 누가 알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시에, 이 냄새가 나에게도 퍼지길 바라고 있진 않을까 라는 더 어두운 생각이 피어오른다.
당신에게서도, 서서히, 그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