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린애야, 그냥 들어가."
새벽 한 시, 홍익대 앞 술집 뒷문. 수아가 담배를 문 채 동갑 민우를 바라봤다.
민우가 떨리는 손으로 수아의 어깨를 잡자, 수아는 한 걸음 뒤로 물렸다. 조명 아래 피어 오르는 연기 사이로,
“동갑은 이제 지겨워. 나도 모르게 널 달래게 되는 게 싫어.”
민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1학년 때부터 썸 탔던 사이, 20번 넘게 함께 잠들었던 사이. 그러나 오늘 수아는 달랐다. 손등에 새긴 문신도, 가죽 재킷도,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도 아니었다. 마치 갑자기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피가 되어버린 나이 차
수아는 21살 생일날, 아르바이트하던 카페 사장 민석(31)에게 키스했다. 민석은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그냥… 궁금했어요.”
그날 이후 수아는 동갑남과의 키스가 어떤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지 깨달았다. 입술이 맞닿는 순간, 마치 자기 자신과 키스하는 것처럼 미래가 보였다. 똑같은 시행착오, 똑같은 투정, 똑같은 이별이 반복될 것만 같은 불길함.
내가 24면 너도 24야 내가 27이면 너도 27이고 그 미래는 너무나 선명했다.
진우를 만난 밤
에디터 수아에게 온 제보 메일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나는 진우야. 32살이고, 21살 여대생을 만났어. 그 애는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했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벌써 열렸다. 그녀는 술집에서 동갑남이 접근하면 ‘아기’라고 말하며 쫓아냈어. 그날 나는 그녀의 스카프를 잡아끌며 말했지. ‘넌 애 같은 건 하지 마’라고."
진우의 사연은 끝이 났다. 그녀가 25살이 되던 해,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는 더 이상 '형'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민서의 진짜 목적
2023년 3월, 강남역 뒷골목 술집. 21살 민서는 35살 준혁의 옆자리에 앉았다.
“동갑남이랑은 뭘 배우죠? 투정만 배워요.”
민서는 속삭였다. 그러나 그녀의 진짜 목적은 달랐다. 그녀는 준혁이 가진 회사 인턴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4개월간의 연애 끝에, 그녀는 원하는 서류를 챙겼다. 이별 통보는 문자 한 통이었다.
“준혁씨, 이제 저는 제 갈 길 가볼게요. 미안해요.”
준혁은 그 이후로 21살 여자를 보면 도망쳤다고 한다.
왜 우리는 연상을 원하는가
심리학자 카렌 로버츠는 말한다. 21세의 ‘가짜 성숙’은 실제로 가장 불안한 시기라고. 뇌는 아직 25세까지 완성되지 않았지만, 사회는 당신에게 이미 성인 행세를 강요한다.
이때 나타나는 변태적 해방감.
- 동갑남과의 관계는 미래의 불안을 거울처럼 비춘다
- 연상남과의 관계는 미지의 보호막이 된다
- '형'이라는 호칭은 자신의 무지를 덮어주는 진한 립스틱
"나는 관계를 통해 성숙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성숙함을 빌려오고 있던 거야."
마지막 질문
수아는 어젯밤 다시 꿈을 꾸었다. 민우와 함께 있던 자리, 하지만 그는 갑자기 31살이 되어 있었다. 수아는 그의 흰머리를 만지며 울었다.
그럼 내가 41살일 때, 나는 누구를 바라볼까?
당신은 지금, 어떤 나이의 누군가를 통해 자신을 숨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