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가 예단 들어온 날, 나는 왜 그녀의 손을 놓았는가

10년 친구의 웨딩드레스를 보며 깨달았다. 우리가 사랑한 건 서로가 아닌, 함께였던 환상이었다는 걸. 그녀의 결혼식날, 나는 10년의 집착을 매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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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예단 들어온 날, 나는 왜 그녀의 손을 놓았는가

"차주희, 네가 입은 드레스가 내가 죽일 수 없는 꿈이다"

차주희가 드레스를 고르는 동안 나는 옆에 앉아 그녀의 발목만 바라봤다. 하얀 레이스가 살을 파고드는 순간, 문득 손끝에 살아 있던 온도가 떠올랐다. 지난겨울, 그녀가 술에 취해 '너만 있으면 돼'라고 속삭였던 그 밤의 온도.

그녀는 거울 앞에서 활짝 웃었다. 웨딩드레스 피팅룸의 조명이 그녀의 속눈썹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내 가슴은 더 깊이 파이고 있었다.

스타일리스트가 물었다.

이 드레스, 어떠세요?

주희는 나를 봤다. 아니, 나를 통해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이.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 누군가의 죽음을 확인하는 의사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장례식

그녀는 결혼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10년 동안 내가 그녀의 모든 첫 번째를 먹어치웠다는 사실이. 첫 키스, 첫 손잡음, 첫 동거. 모두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능했던 일들.

우리는 서로를 아는 척했다. 그녀가 새 남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진짜 널 아는 사람은 나뿐'이라며 조용히 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그걸 모르는 척했다. 아니, 모르기를 선택했다.

결혼식 준비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는 나보다 그녀를 덜 알았다. 그게 더 행복해 보였다. 진실보다는 환상이, 지식보다는 맹목이 더 사랑스러운 법이다.


미라와 나는 어떻게 6개월 동안 그녀의 결혼식을 파괴하려 했는가

서점 사장 미라는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그녀도 8년 동안 '친구'였던 여자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전략을 짰다.

미라는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뭘까? 그녀가 결국 우리 품에 안기는 거야?
아니면 그녀가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거야?

둘 다 아니었다. 우리가 원한 건 그녀가 우리를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남편이 아닌, 우리를 선택하는.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접근했다. 미라는 그녀의 남편에게 허위 스캔들을 퍼뜨리려 했고, 나는 주희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와 있어줘'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날 밤 주희가 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너, 나 결혼한다는 게 싫은 거지?
나 말고 누가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게.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했다.

근데 나도 마찬가야. 너 결혼하면 나도 못 참을 거야.
그런데 우린... 우리는 그래도 친구잖아.

왜 우리는 소유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가

심리학자들은 이걸 '사회적 소유욕'이라 부른다. 가까웠던 것이 멀어질 때 느끼는 고통. 하지만 더 깊은 건, 우리가 사랑했던 건 그녀의 전부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그녀'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서로의 가능성을 사랑했다. 내가 주희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우리는 언젠가'라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미래가 사라지자, 나는 그녀를 잃은 게 아니라 그 가능성을 잃은 것이었다.

그게 더 아프다.


결국 나는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주희는 아름다웠다. 하얀 드레스가 그녀를 천사처럼 만들었다. 나는 축사를 했다.

주희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게... 그게 지금은 조금 슬프네요.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주희는 알았다. 그녀는 나를 봤고, 우리는 서로를 잃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우리는 서로의 10년을 잃은 것이었다. 단순히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친구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서로를 소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신은 누구를 떠나야 했는가

아직도 그녀와 연락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그녀가 보내준 초대장을 꺼내본다. 거기엔 이렇게 써 있다. '당신이 여기 있어줬으면 해'. 그 문장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떠난 건 과연 그녀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함께였던 10년의 환상이었을까.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떠나야 할까. 아니면 이미 떠났는데, 왜 떠났는지 모르는가. 당신이 지키려 했던 건 그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 사람과 함께였던 '당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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