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랑은 6개월, 주로 수원역 앞 모텔에서…"
준영이 말끝을 흐리자 술잔이 손가락 사이에서 살짝 미끄러졌다. 도자기가 식탁에 부딪히는 '툭' 소리. 그 순간 내 배 위로 불끈 뭔가가 올라왔다. 분노가 아니었다. 뜨거운 열기. 내가 왜 이게 떨려?
무덤 위에서 피어난 붉은 꽃
그녀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한낮의 모텔 침대에서 준영이 그녀의 뒷목을 어루만질 때. 지하철에서 마주친 적 없던 여자가 그런 표정을 지었다고?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슬로모션으로 재생됐다. 준영이 다른 여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길. 그 손이 내 몸을 만질 때보다 더 능숙했다는 상상이 번쩍였다.
숨이 차올랐다. 손에 든 생맥주잔이 흔들려서 바닥으로 몇 방울 떨어졌다. 준영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미안해"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수원역 근처 모텔 검색. '커플 스파 존', '미러룸', '어반 스타일'. 예약 버튼이 유혹적으로 반짝였다. 그 여자랑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자세로.
그녀의 이름은 민지였다
6개월 전, 준영의 휴대폰에서 본 이름이었다. 민지. 문자 내용은 착하고 담백했다.
'오늘도 고마워요. 당신이 옆에 있어서 다 참을 수 있었어요.'
그날 나는 창밖을 30분 넘게 바라봤다. 손에는 준영이 생일에 준 로션. 이젠 싫어졌다. 민지도 이 로션 냄새를 맡았을까. 그녀의 손목에도, 목덜미에도.
준영이 잠든 새벽 3시, 나는 숨죽여 거실로 나갔다. 민지의 인스타그램이 마지막으로 올린 게시물. 수원역 앞 카페 사진. 필터는 레트로 감성. 손에는 딸기 라떼.
그녀는 이 라떼를 마시고 나서 바로 모텔로 갔겠지.
그 순간, 나는 상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민지가 들어간 모텔 복도. 307호. 카드키를 꽂는 '삐' 소리. 침대 끝에 놓인 가죽 소파. 준영이 벗어놓은 넥타이가 흔들리는 장면까지. 끊임없이 그려냈다. 마치 내가 거기 있었던 것처럼.
두 번째 사례: 은지의 이야기
"나도 몰랐어. 진짜." 은지는 손에 든 잔을 내려놓았다. "남편 바람기 들킨 날, 처음으로 오피스 상사를 생각했거든."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사람이야. 근데 그날 밤, 상사가 회식 때 내 어깨를 툭 친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 '너도 이제 인간이네'라고 생각했나봐."
은지는 2주 만에 상사의 차에 올랐다. 주차타워에서 키스했다. 남편이 바람핀 동네와 똑같은 동네였다. "복잡미묘했어. 배신당한 마음에 또 배신하는 거니까."
그녀가 흘린 한 방욺 눈물이 테이블에 떨어졌다. "근데 솔직히...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뜨거웠어."
금기의 달콤한 미끼
인간은 본능적으로 금기에 끌린다. 심리학자 칼 융은 '그림자'라 불렀다. 우리가 부정하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두운 욕망.
배신당했을 때, 우리는 '순결한 피해자'로 머물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끓는 욕망이 숨어있다. 나도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외도 사실이 드러난 순간,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 원초적 충동: 즉각적인 복수를 원한다.
- 사회적 억압: 그렇게 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이 간극에서 불길이 일어난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라는 자기 억제가 무너지는 순간이 오는 법. 그게 이상하게도 황홀하다.
뇌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배신당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을 폭발시킨다. 동시에 도파민이 급상승한다. 고통과 쾌감이 동시에 찾아오는 착란.
아직도 떨리는 손끝
준영은 지금도 모른다.
그날 밤, 나는 민지의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냈다.
'당신도 그랬잖아요. 나도 해볼까 해서요.'
보내고 나서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차단당할 줄 알았다.
근데 민지가 답장했다.
'그럼 우리 만나서 얘기할까요? 내가 책임질게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너무 달콤했다.
그날 이후, 나는 준영의 휴대폰을 더 이상 못 보겠다. 왜냐하면, 이젠 내가 숨길 게 생겼으니까.
당신도 한번 경험해봤나요?
연인의 과거 외도를 듣는 그 순간, 왜 나도 몰랐던 열망이 치솟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