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훅 —
"엄마, 오늘 나비랑 같이 자도 돼?"
세 살 먹은 아들이 안고 온 건 분홍색 나비 인형. 민지는 아이의 머리를 살폈다가, 침대 시트 위로 툭 던졌다. 아들이 잠든 뒤, 침대는 넓었다. 나비는 한쪽 날개를 접은 채 배 위에 엎드려 있었다. 재우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민지는 나비를 쥐었다가 놓았다가 반복했다. 그리고 문득, 그 실루엣이 누군가의 엉덩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환장할 생각.
꺼져가는 날개
민지는 아이가 태어난 뒤로 성관계를 석 달째 기피했다. 산후우울증도 아니었고, 남편 재우의 몸도 여전히 괜찮았다. 그저 ‘끌림’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살이 찌고 젖살이 흘러도 재우는 그녀의 몸을 원했다. 그러나 민지는 아들이 핥던 젖꼭지를 눈치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오늘 저 장난감 때문인가. 분홍 나비의 움푹 패인 허리가, 아찔한 여자의 허리처럼 보였다. 민지는 황급히 나비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나 뒤통수는 이미 뜨거워졌다.
"내가 왜 이걸로 흥분하지?"
지하 주차장의 그림자
실제 사례 1. ‘서연’ 34세, 두 아이의 엄마
서연은 대형 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처음 봤다. 유모차에 앉힌 아들이 잠든 사이, 그녀는 차 뒷좌석에 던져둔 ‘토끼 인형’을 들었다.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 남자가 그녀의 손에 들린 토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10초의 정지. 그는 “우리 아이도 저 토끼가 짱 좋아하더라”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서연은 모르는 척 뒤돌았지만, 그날 밤 남편에게서 처음으로 ‘외도’라는 단어가 입에 맴돌았다. 토끼 인형이 남편의 손에 들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분홍 고무 냄새
실제 사례 2. ‘채원’ 28세, 맞벌이 3년 차
채원 부부는 아이를 위해 장난감 용품점에 가면 항상 틈바구니를 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채원이 아들이 좋아할 만한 ‘곰 인형’을 만졌다. 뒤에서 다가온 점원이 손을 겹쳤다. 살짝 닿은 것뿐이었지만, 채원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했다. 그날 저녁, 남편이 아들 곰인형에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고 채원은 속으로 외쳤다.
“그래, 내가 바람 피운다 해도 이유가 있을 거야.”
왜 우리는 금기의 실루엣을 좇는가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면 ‘우리’라는 이름의 동굴이 생긴다. 아이용 장난감, 유모차, 젖병. 그것들이 한데 섞여 침실을 점령한다. 그리고 변방에 밀려난 욕망은 더 선명해진다. 아이의 장난감은 결국 ‘순수’의 상질이지만, 그 순수를 지키는 와중에 우리는 서로의 욕망을 외면한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분홍 나비의 실루엣이 눈에 꽂히는 것이다.
심리학자 슈어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한 부부가 아이의 물건에 성적 환기를 느끼는 건 곧 ‘부재’의 반작용이다.” 즉, 아이가 있음으로써 사라진 둘만의 침대 위에서, 우리는 대체물을 찾는다. 그 대체물이 흔들리는 장난감일 수도, 혹은 남의 남편의 손가락일 수도 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
민지는 오늘도 아이를 재운 뒤 침대에 누웠다. 재우는 아직 거실에서 뉴스를 본다. 나비는 여전히 시트 위에 있다. 민지는 천천히 나비를 쥐었다가 품에 안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문득 떠오른 질문.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다시 뜨거워지는 관계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훔쳐올 죄책감일까.”
여전히 답은 안방 안에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