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루비가 번쩍이는 순간, 그가 소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3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파르르 떨렸다.
내가 원했던 건 1억짜리 커플링이었다. 다이아몬드 3캐럿, 백금 벤치마크, 내부 각인까지. 그 숫자는 내가 원하던 '확신'이었다. 이 남자가 나를 위해 재산의 일부를 쾅 내려놓는 순간을 보고 싶었다. 단순한 반지를 넘어, 그가 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숫자가 되어버린 나
왜 1억이냐고?
왜냐면 그 돈이 없어질 때, 그가 겪을 두려움이 내가 원하는 신호였으니까.
만약 그가 1억을 써도 아무렇지 않다면, 나는 그냥 1억짜리 장난감일 뿐이잖아.
사실 루비 반지를 보는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대출이자, 적금 깨는 손해, 그리고 이 남자가 매달 버는 돈. 300만 원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건 관계가 아니라 협상이었다.
그녀의 3억 빅토리아
지선이는 그랬다.
"나는 빅토리아 스타일 3억짜리 다이아몬드를 받았어."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새하얀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한참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반지가 아니라 몸값을 찍은 영수증을 소매치기한 표정이었다.
지선이 남편은 그녀에게 신혼 여행지로 코스타리카를 선물했다. 비행기 티켓, 리조트, 프라이빗 요트.
그녀는 부르르 떨었다.
"너무 비싸서 미안하다고, 하루 종일 떨고 있었어."
그 떨림이 그녀가 원하던 권력이었다.
형식적 선물의 함정
우리는 왜 이토록 비싼 선물에 환장할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확신 부족'이라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할 때, 우리는 금전적 희생으로 대체된 증거를 찾는다.
너는 나를 위해 돈을 썼고, 그 돈이 없어졌으므로, 너는 나를 사랑한다.
그게 1억이어야 하는 이유는 더 어둡다. 1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잃는 순간, 상대방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했음을 느낀다.
이건 선물이 아니라 인질극이다.
도끼를 든 고백
나는 지갑을 꺼냈다.
"300만 원이면, 내가 반은 더 낼게. 1억으로 올려서 사자."
그는 벙쪘다.
"내가 살게. 근데 왜 1억이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건 관계의 가격표였으니까.
루비 반지를 1억으로 바꾸면, 그는 매달 300만 원씩 갚아야 할 것이다.
그 고통이 내가 원하던 사랑의 증거였다.
하지만 그 결정은 죄책감이었다.
나는 그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단지 그가 나를 위해 위험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길 바랐다. 하지만 그 위험을 실제로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사랑일까? 아니면 나는 단지 그의 두려움에 환장하는 걸까?
당신은 사랑을 사고 싶은가, 아니면 누군가를 파산시키고 싶은가
며칠 후, 그는 1억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왔다.
"사줬어. 네가 원하던 거."
나는 반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걸 위해 뭐를 포기했어?"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퇴직금이랑,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 조금."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혔다.
내가 원하던 건 이게 아니었다.
눈앞에 놓인 1억짜리 다이아몬드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 증거가 아니었다.
그건 파산의 증거였다.
나는 반지를 내려놨다.
"내가 원하던 건 1억이 아니었어. 네가 나를 위해 죽을 각오로 쓴 돈이었어."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누군가에게 얼마의 선물을 기대하고 있는가.
그 숫자는 사실 당신이 원하는 사랑의 깊이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파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