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번 더. 그러면 끝이야.”
그가 말했다. 한 손으로 내 뒷목을 살짝 누르며, 눈동자가 떨리는 걸 숨기지 않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더, 그리고 영원히 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다. 이미 첫 번째 키스가 무언의 계약이었음을.
1. 문이 열린 소리
술집 뒷골목, 담배 연기 섞인 숨결.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입을 맞쌌다. 본능이었다. 텅 빈 위스키 글라스 같았던 그날 밤, 피아노 한 곡이 끝나자마자 그만큼의 공허를 채우려 내가 먼저 다가갔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누가 먼저였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이건 실수가 아니야.
그가 속삭였다. 입술이 떨어지지 않은 채로. 나는 그 순간부터 이미 계산된 연쇄를 시작했다. 그날 밤,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며 입술을 씻어내려 했다. 그런데 잘 안 됐다. 혀끝에서 지워지지 않던 맛, 몽땅.
2. 문이 활짝 열렸다
일주일 후, 같은 술집. 그는 맨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를 맞이하는 미소가 아니라, 기다렸다는 미소였다. “한 잔만 하자”는 말과 함께, 그는 내 손목을 살포시 잡았다. 피부가 닿는 순간, 내 몸이 기억했다. 첫 입맞춤의 무게감.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사이, 우리는 다시 입을 맞쌌다. 이번엔 천천히, 더 깊이.
“세 번째는 조심해야 해.”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말을 농담으로 들었다.
3. 문이 닫혔다
그와 나는 첫 키스 이후로 매일 연락했다. 사실상 연애인데, 이름표는 붙이지 않았다. “썸”이라는 단어조차 우리에겐 불필요했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집, 혹은 차 안에서 입을 맞쌌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먼저 눈을 감았다. 나는 그 버릇이 싫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누가 더 빠져드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셋째 밤, 그는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대며 중얼거렸다.
“이제 너무 늦었어.”
나는 대답 대신 계속 키스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나에게서 사라졌다. 연락 두절. 나는 그가 사라진 이유를, 내가 물었기 때문 이라고 고백한다. “그래, 네가 먼저 더 깊이 들어왔잖아”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나는 세 번째 키스를 하며, 완전히 항복했다는 걸 깨달았다.
욕망의 해부
왜 우리는 세 번의 키스에, 혹은 그 이상 혹은 그 이하의 접촉에 이렇게도 쉽게 굴복하는가. 그건 아마도 ‘접촉의 역설’ 때문일 것이다. 민물고기가 짠물에 들어가면 죽는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짠물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첫 키스는 실수라 위로한다. 둘째는 유혹이라고 고백한다. 셋째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생리를 즐긴다. 굴복하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일기장
10월 3일. 오늘도 그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도 결국 끄지 못한다. '혹시나'하는 가장 나쁜 맛의 희망. 세 번째 키스를 나누던 밤, 그가 말했지. “이제 너무 늦었어.”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최후의 경고였다는 걸.
10월 9일. 잠을 못 잔 지 열흘째. 혀끝에서 그날의 술맛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문득 든 생각: 내가 그를 원한 게 아니라, 굴복당하고 싶었던 건가. 첫 번째 키스를 할 때, 나는 이미 포기를 맛보고 있었다. 두 번째는 부정했다. 세 번째는 인정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껏 제자리걸음 중이다.
다시 써내려간 나의 일기장
10월 14일. 오늘은 조금 다르다.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마저 사치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다시 만난들, 나는 또 다시 세 번째 키스를 기다릴 테니까. 그리고 또 다시 문이 닫힐 테니까. 결국 나는 아직도 그 문 앞에 서 있다. 단, 열쇠는 내가 아닌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오늘 밤, 나는 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무 늦었어... 내가 먼저 더 깊이 들어가버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