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평생 처녀로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결혼을 하고도 처녀처럼 사는 거다

결혼을 회피하는 여자들이 진짜 두려워한 건 처녀막이 아니라 ‘처녀가 되어버릴’ 자신이었다. 시댁 냄새, 남펵의 손길, 그리고 0.1/2로 줄어든 자아 앞에서 떨리는 다리의 이유.

결혼공포처녀감옥침묵의욕망기혼자의외로움금단의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선우는 손끝으로 버튼을 툭 눌렀다. 아래층에서 한 명씩 태워 주겠단 예비 신랑의 목소리가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동안, 그녀는 미러에 비친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봤다.

‘어차피 오늘도 피했네. 얼마나 더?’

커피색 캐시미어 코트 아래로 매만지던 하얀 레이스 원피스가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오늘도 결혼식장 대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댁 식구들에게 받은 떨림은 고스란히 그녀의 무릎으로 옮겨 붙었다.


그녀가 숨긴 건 처녀막이 아니었다

선우는 스물아홉, 생애 첫 파티용 브라를 샀던 날이 생생했다. 매장 직원이 속삭였다. "시어머니께 보일 거잖아요." 그때부터 선우는 알았다. 결혼식이 주는 첫 선물은 낯선 여자들의 손길을 희망 없이 관음하는 일.

침대 위에 누워 혼자 손가락을 얹어봤다. 뻣뻣한 실크 침대보다 양호한 느낌. 그런데 왜 남펵의 손끝은 상상만으로도 관절이 쑤신 걸까.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는 평범했다. 질염 아님, 근긴장 이상 없음. 그뒤로 선우는 의사 대신 검색창을 떠올렸다. 키워드는 단순했다. ‘결혼 두려움’, ‘남편에 대한 혐오’.


32세, 채은영. 평생 처녀로 살다가 처음 맛본 공포

은영은 두 달 전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생일까지 ‘처녀의 자존심’이라는 책갈피를 꽂아두던 그녀는, 남자친구의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문자 한 줄에 마음을 접었다. 시댁집 현관문이 열리던 순간, 그녀는 알았다. 냄새가 문제였다. 남편의 아버지가 즐겨 입던 니트 스웨터 냄새, 국거리 끓이던 싱크대 냄새, 그리고 아무도 닦지 않은 화장실 냄새가 뒤섞여 그녀의 코를 찔렀다.

처음으로 이틀밤을 시댁에서 보냈을 때, 은영은 새벽 세 시에 모닝콜을 맞았다. 시어머니가 조용히 비켜 주길 바랐지만, 부엌 불빛이 켜졌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한 손으로는 남편의 팔을 꼭 잡았다. 남편은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은영은 생각했다. ‘이게 더 무서워.’


41세, 김미리. 남편도 나도 모르게 죽은 결혼

미리는 시험관 시술 5번째 실패 후 남편과 헤어졌다. 그날도 병원 복도에서 남편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섰다. 수술용 가운 속에서 느꼈던 차가움이 아니었다. 지난 열한 해 동안 남편이 차지한 부분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남편이 사용하던 변기뚜껑, 남편이 선호하는 계란말이 냄새, 남펵의 체취가 스며든 이불까지. 그녀는 이미 1/2짜리가 아니었다. 0.1/2짜리.

이혼 후 미리는 혼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물었다. ‘임신이 힘들면 왜 이혼하셨죠?’ 그녀는 떨지 않고 대답했다. ‘임신을 못 해서가 아니라, 임신을 해야만 유지될 관계가 무서웠어요.’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규칙

처녀막은 그저 조직 한 장. 하지만 그 한 장 앞에서 여자들은 수십 장의 계약서를 떠올린다. 처녀여야 연애시장에 진입 가능, 처녀여야 시집살이 용이, 처녀여야 재혼 가능. 결혼은 그 퍼즐을 한 장으로 통째로 바꾸는 장난감 같다. 넣는 순간 그동안 쌓아둔 모든 퍼즐이 쓸모없이 돌변한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피한다. 처녀가 아니라, 처녀가 되어버릴까 봐.’


마지막 문장

당신은 결혼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결혼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처녀’가 되는 자신을 두려워하는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