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10달러면 충분하잖아"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는 방 안. 테이블 위에 시들어가는 하와이안 피자 한 조각이 남았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죽어도 10달러면 되겠다, 나?
물론 농담이었다. 그래야 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눈동자는 그녀의 입술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슬그머니 문 쪽으로 향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이 말이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돈 뒤에 숨겨진 계약서
왜 하필 10달러였을까. 100달러면 너무 노골적이다. 1달러면 모욕이다. 10달러는 딱 좋다. 아메리카노 두 잔 값. 지하철 왕복 요금. 그저 '뭐, 한 번 해볼 만한' 가격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금액이 아니다. 이건 시험지다. 당신의 몸값이 얼마냐고 묻는 시험지.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시험에 아주 은밀하게 끌린다.
너는 과연 얼마에 팔릴 수 있을까?
유리와 재현의 밤
유리는 27살, 항상 핀테크 회계팀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던 여자. 재현은 그녀의 남자친구였고, 늘 그녀의 피곤함을 미안해했다. 어느 금요일 밤, 둘은 피자를 시켜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팀장이 오늘 진짜 이상한 소리 하더라.
유리가 말했다. 피자를 한 입 먹으며.
뭐래?
내가 뭘 팔 수 있을 것 같냐고. 몸? 아니면 뭐... 시간?
재현이 웃었다. 그런 농담이라고 생각했겠지.
안 물어봤어? 가격은?
10달러래. 미친 소리지?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재현이 피자 조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물었다.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
유리가 피자 상자를 닫으며 대답했다.
그냥 웃었지. 근데... 뭔가 되게 이상했어.
이상해?
그래, 마치... 내가 이미 그래놓은 것처럼 느껴졌달까?
두 번째 이야기: 미나와 그녀의 옛사랑
미나는 31살, 이혼한 지 8개월. 전남편은 항상 그녀에게 '값심'이라고 놀렸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 않으려 했다.
어느 목요일, 옛 동창 민수가 카톡으로 왔다.
피자 먹을래? 오늘 혼자라서.
뭐? 지금?
응. 10시 전까지만 오면 돼.
미나는 9시 50분에 민수 아파트에 도착했다. 민수는 문 앞에서 피자 상자를 들고 있었다.
10달러야. 돈은 내가 냈고.
미나가 피자 상자를 받으며 웃었다.
그럼 나는 뭐 줄까?
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안으로 들어가자고 몸짓했다. 미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건 뭐지? 피자 한 판 값으로 누군가를 사는 거야?
그날 밤, 그들은 피자를 먹고 잤다.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나도. 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그 10달러가 단순한 음식값이 아니었다는 걸.
왜 우리는 값을 매기는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가치 부정감'이라는 게 있다고. 자신이 받는 대가가 자신의 실제 가치보다 낮다고 느낄 때 오는 불안감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다.
때로는 일부러 값을 낮추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비싸면 팔리지 않으니까. 너무 비싸면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까.
난 그냥 10달러짜리야. 그래서 누구나 가질 수 있어.
이건 자기 파괴일까? 아니면 자기 보호일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사고팔리는' 존재다. 시간, 감정, 몸, 마음. 단지 가격이 투명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10달러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이렇게 은밀하게 흥분을 유발한다.
내 가격이 드러났다.
그날 이후
유리는 팀장에게 그만뒀다. 하지만 퇴사 전날, 팀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가 10달러라고 했던 게 아니야. 100만 달러였는데, 네가 10달러로 들었던 거야.
미나는 민수와 한 달을 더 만났다. 그리고 헤어질 때 물었다.
나는 결국 얼마였어?
그건 네가 정하는 거야.
당신은 지금 얼마에 팔릴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10달러짜리 피자 한 조각 위에 앉아 있다. 누군가가 "이걸로 되겠니?"라고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대답할까? 아니면 차라리 질문 자체를 잊어버릴까?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몸값은 정확히 얼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