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침묵은 국경의 다른 이름이었다

김포공항 스타벅스 4번 테이블, 스튜어디스 그녀의 손끝이 내 팔뚝을 스친 0.3초. 그 찰나에 하늘이 찢기고, 나는 첫사랑의 국경을 넘어선다. 향기 지도와 만료된 홍차 티백이 남긴, 추락하는 첫사랑의 기록.

첫사랑국경공항침묵0.3초
침묵은 국경의 다른 이름이었다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는 실제로 들리지 않는다. 다만 피부에 번쩍이는 붉은 전기처럼, 눈앞이 환해지다 사라지는 순간이 있을 뿐. 그날 김포공항 스타벅스의 창가 좌석에 앉아있던 나는 그 찰나의 빛을 목격했다. 아니, 목격이 아니라 스쳤다. 그녀의 손끝이 내 팔뚝을 지나간 0.3초 동안, 나는 내 모든 하늘이 찢겨져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향이었다. 빗물에 젖은 레몬 껍질처럼 톡 쏘는 시트러스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두 번째는 눈빛. 17일 연속으로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나를 향해, 그녀는 하루에 한 번씩 시계추처럼 정확히 고개를 돌렸다. 세 번째는 목소리였다. "오늘도 여기 있네요." 차가운 유리잔을 손바닥으로 감싸쥔 채, 그녀는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네 번째는 침묵이었다.

침묵은 국경의 다른 이름이다.

그녀가 스쳐간 팔뚝 위로, 아직도 전류가 흐른다. 0.3초.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하늘을 찢고 지나갔다. 나는 그녀가 떠나온 곳을, 그녀는 내가 머무를 곳을.


진에어 302편, 도쿄행. 그녀는 스튜어디스였다. 매일 다른 하늘 위에서 살다가, 이따금 김포공항 스타벅스의 4번 테이블에 내려앉았다. 나는 그녀의 향기 지도를 그렸다. 월요일은 레몬, 화요일은 바닐라, 수요일은 머스크. 목요일은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먹먹했다. 향기 없는 사람은 사라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날도 목요일이었다. 그녀는 아무 향도 뿌리지 않았고,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활주로는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가 내 옆에 앉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도쿄는 언제쯤 가나요?"

"항상 가고 있어요."

그녀의 손가락이 내 팔뚝을 스쳤다. 0.3초. 그 찰나, 하늘이 찢겼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비행기는 아직 이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그녀가 떠나는 모든 순간마다, 나는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날, 그녀는 진에어 유니폼 대신 검은색 코트를 입고 왔다.

"오늘은 안 가요?"

"이제 그만 둬요."

그녀는 창밖을 봤다. 활주로 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1월의 첫눈. 그녀의 손이 내 팔뚝 위에 내려앉았다. 이번엔 0.3초가 아니었다. 0.7초.

"미안해요."

그녀가 일어섰다.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작은 홍차 티백이었다. 어제 유통기한.

"버릴까 말까 고민했어요."

나는 티백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아직도 그녀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떠난 뒤, 나는 스타벅스 4번 테이블에 앉아 그 홍차를 우렸다. 뜨거운 물에 담그자, 11월의 레몬 향이 코끝을 찔렀다. 이제 나는 그녀의 향기 지도를 완성했다. 월요일 레몬, 화요일 바닐라, 수요일 머스크, 목요일 무향, 그리고 금요일….

금요일은 찢어진 하늘이었다.


국경을 넘는 첫사랑은 결국 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뛰어들어야 할 심연이었다. 그녀는 도쿄로 갔고, 나는 여기 남았다. 그러나 0.3초의 전기는 아직도 내 팔뚝에서 꿈틀거린다. 누군가의 하늘이 찢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홍차는 식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활주로는 여전히 눈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다음 눈이 올 때쯤, 나도 어딘가로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0.3초면 충분하다. 하늘을 찢고, 그녀가 떠나온 국경을 뛰어넘기에.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