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떻게 아는 거죠?"
지하철 2호선 종로3가역 플랫폼. 오후 3시 47분. 나는 그녀의 옛 동영상을 우연히 발견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 영상 속 여자는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니었다. 눈화장이 진하고, 옷차림은... 아니, 이건 아냐. 이건 본 적 없어.
뒤에서 들려온 발걸음 소리. 나는 재빨리 화면을 껐다. 그녀가 다가와서 내 팔을 툭툭 친다.
"뭐 봤어?"
"아, 그냥 뉴스."
첫 번째 거짓말. 그리고 마지막 거짓말이 되었다.
영원히 묻어둘 것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알게 되는 순간 이미 늦었다. 알았으면서도 모른 척하기 - 이건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나는 이제 그녀의 과거를 쥐고 있는 자다. 잘못하면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는 폭탄. 하지만 터뜨리면 나도 같이 죽는다.
그게 바로 이 거짓말의 묘약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 아는 것이 힘인 동시에 그 힘을 평생 사용하지 못하는 저주.
경민과 유진의 7년
경민은 지난주 유진의 옛 대학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술자리에서 그 동창이 실수로 흘린 말 한마디:
"유진이 예전에 그런 적이 있다며? 재수생 때 선생님이랑..."
말이 잘리기는 했지만 충분했다. 경민은 그날 밤 집에 와서 유진의 연애담 자체를 폐기처분했다. 사진첩, 일기장, 대학 앨범까지. 유진이 자는 새벽 3시, 경민은 화장실에서 그것들을 모두 태웠다.
"이제 우리는 새로 시작해." 그가 속으로 말했다. "네가 잊고 싶어하는 것, 나도 잊어줄게."
7년이 지났다. 유진은 경민이 아는지 모르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경민은 매년 3월 15일 - 그날이 다가올 때마다 혼자 술을 마신다. 나는 이제 너의 과거를 지키는 수호자다.
수진의 스튜디오에서 2009년 8월
또 다른 이야기. 수진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던 29살, 생일날 남자친구 성우가 찾아왔다. 성우는 무언가를 꺼내더니 말없이 보여줬다. USB 하나. 안에는 수진이 20살 때 찍은 누드화보가 있었다.
"누가 줬어?"
"그냥... 받았어."
수진의 손이 떨렸다. 그건 그녀가 절대 아무도 못 보게 하기로 했던 것들이었다. 성우는 USB를 꺼내서 바로 입구에서 밟아 부숴버렸다.
"이제 없어."
하지만 그날 이후 성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이제 알고 있다. 수진은 그것을 매일같이 느낀다. 침대에서, 부엌에서, TV 앞에서. 그녀의 과거는 더 이상 그녀만의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공동 소유가 되어버렸다.
금기의 알레이
왜 우리는 이 거짓말에 끌리는가?
지식은 곧 권력이다. 하지만 특정한 지식 - 사랑하는 사람의 치부, 과거의 추악함 - 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 된다. 너무 무거운 책임.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형벌적 알truism'이라 부른다. 타인의 금기를 아는 순간 우리는 자발적으로 그것을 지키는 수호자가 된다. 애써 지켜야 할 이유가 생긴다.
이건 마치 두 사람만 아는 살인现场的 비밀처럼 강력하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무게. 그 무게가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든다. 우리는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절대 흔들지 않기로 맹세한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과거를 지키고 있는가
달력을 넘기며 생각해본다. 사실은 나도 누군가에게는 과거다. 내가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아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한 명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지금도 나의 비밀을 지키고 있을까? 아니면 밤마다 이를 악물며 참고 있을까?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과거를 평생 입 밖에 내지 않기로 결심했는가? 그리고 그 거짓말로부터 당신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