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의 이름 부를 때마다 떠오르는, 전혀 다른 누군가의 얼굴

연애 중 머릿속에 스치는 그 이름이 아닌 생각들.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에서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올 때, 우리는 왜 다른 누군가를 떠올릴까? 그리고 왜 그 상상이 이토록 달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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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 부를 때마다 떠오르는, 전혀 다른 누군가의 얼굴

“재민아.” 지수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순간 눈을 감았다. 아니, 눈을 감은 척했다.

그 짧은 두 음절이 공기를 가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얼굴이 번쩍였다. 까만 눈동자 끝에 살짝 걸린 불안. 입꼬리가 올라가는 각도가 딱 15도.

‘지금, 이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나지. 절대 아니야.’


그가 사라진 밤

재민은 잠든 척했다. 시계는 새벽 2시 47분. 창밖에선 비가 주르륵 내리고 있었다. 옆에 누운 지수의 숨소리는 깊고 규칙적이었다. 부드러운 이마, 풀린 머리카락, 그리고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는 — 형준의 얼굴.

형준은 3년 전, 회사 옥상에서 담배를 같이 피우던 동기였다. 한 번도 손끝이 스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귓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재민씨는 왜 항상 혼자 웃어요?” 그날 나는 대답 대신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고, 형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밀 많은 사람은 위험해요.”

지금도 그 문장이 기억난다. 비밀 많은 사람.


너의 입술, 내 이름

사람은 왜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를 때, 전혀 다른 누군가를 떠올릴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이중적 욕망의 현상’이라 부른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내면에서는 그 관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자극을 갈망한다.

‘나는 지수를 사랑해. 분명히. 하지만 동시에, 나는 지수가 날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네 번째 생일

지난주, 지수의 생일이었다. 케이크 초 네 개를 끄고 나서, 그녀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이야?”

“비밀이야.”

그 순간, 나는 떠올렸다. 형준과 나, 회사 앞 편의점에서 소주를 마시던 날. 그날도 비가 왔다. 형준은 말했다. “우리, 사실 서로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거짓말이었다. 아니, 반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형준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형준이 나를 좋아한다는 상상은 짜릿했다.

지금, 지수의 눈을 마주치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너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겠지. 네가 사랑하는 건 나지만, 네가 원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


욕망의 흔적

우리는 왜 끊임없이 금기를 향해 걸음을 옮길까?

심리학적으로 이는 ‘자기 파괴적 충동’과 관련이 있다.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일부러 자신을 밀어 넣는 행위.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배신할 수도 있다는 공포. 하지만 동시에 그 공포가 주는 쾌감.

‘만약 지수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때 나는 얼마나 환희로울까? 마침내 나도 이 끔찍한 거짓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이름이 아닌 생각들

연애 중 우리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 그 이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떠올린다.

지수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형준을 떠올린다. 형준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지수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떠올린다.

‘사실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 나는 사랑받고 싶었던 걸까?’


최근, 지수는 잠들기 전 항상 나의 손을 잡는다. 고요한 숨소리, 따뜻한 체온.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이 아닌 생각들을 품고 있다.

지금, 당신 역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 전혀 다른 얼굴을 떠올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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