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여동생들이 모르는 내 돈의 진짜 용도

결혼한 오빠의 빚을 갚으며 그의 신혼집 현관 비밀번호를 외우는 여자. 여동생이 아닌 ‘그림자 아내’로 살아가는 그녀의 비밀 금융과 은밀한 집착.

금기결혼질투비밀금융남매
여동생들이 모르는 내 돈의 진짜 용도

아빠가 돌아가신 뒤 처음 맞는 추석, 황금 같은 연휴였다. 두 여동생은 명품 백 들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나는 그 비행기 값을, 그리고 네 명이 먹을 고기값까지 감당했다고 속이며 그 대신 은행 앱에서 280만원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받는 사람: 김현우(남).

메모: 카드대금.


반지를 만지는 순간

나는 결혼한 오빠의 신혼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데 익숙해졌다. 8282. 오빠 생일이 아니다. 두 여동생 중 누구도 모르는 숫자다.

현관 문이 열리자 오배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오빠는 아직 출근 전이다. 신발장 위에 놓인 은색 반지 디스플레이를 슬슬 열어 접었다. 그 안에 끼워진 건 내 이름이 새겨진 결혼반지가 아니라, 오빠와 형수의 결혼식 영상이 담긴 USB였다.

USB를 꽂자 노트북 화면에 나지막이 재생되는 건 예식장 메인 화면. 형수가 흰 드레스 입고 입장할 때 오빠 뒤에서 하얀 손수건을 흔드는 내 모습도 잠깐이다. 그때 나는 미소 지었다. 다짐했다. 이 결혼이 깨지지 않게 내가 지킬 거라고.


왜 그들은 모를까

동생들은 내가 연봉 6천도 안 되는 중소기업 다닌다고 생각한다.

  • 큰놈: "언니, 너 스타벅스 커피도 안 마시잖아. 그럼 돈 다 어디 갔어?"
  • 작은놈: "헐, 그 돈으로 너도 가방 하나 샀으면 좋잖아."

나는 그저 웃었다. 웃으며 은행 앱을 또 키웠다. 최근 6개월 간 오빠 통장으로 송금된 금액만 730만원. 그걸 안다면 둘 다 정신을 차릴까.


현수와 나, 그리고 형수

현수는 내가 대학 졸업하고 취준하던 해, 회사 동기와 결혼했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어린 게 분명했는데도 ‘형수’라는 호칭이 믿기지 않게 달갑지 않았다.

결혼식 당일, 신부 대기실에서 현수는 나를 불렀다.

아, 시누이, 지갑 좀 주세요.
신랑이 준 돈이 없대요.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지갑을 들어 지갑 안에 서류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 현금 3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여기요, 대신 오늘 밤엔... 괜찮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는 나를 한번 훑어보고는 지갑을 움켜쥐었다. 그날 밤, 신랑인 오빠는 한밤중까지 술자리에 남았다. 나는 그 빈 침대를 그녀 대신 누웠다. 베개에 남은 향수 냄새를 맡으며.


당신은 왜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가

아마 당신은 지금 내가 저지른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신도 누군가의 눈을 속이며, 누군가의 이름을 훔치며,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충동을 은연중에 품어왔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집착한다. 나는 오빠라는 제도를, 현수라는 여자가 차지한 ‘합법적 배우자’라는 자리를, 그리고 그들이 함께 쌓아올릴 미래를 탐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다. 그리고 집착은 늘 어둠 속에서 자라난다.


숫자가 흘러가는 밤

지난주, 오빠는 은행 대출 상담을 받았다. 그는 내 돈을 아내 몰래 빌렸다고 말했다. 당연히 대출은 나의 두 번째 통장에서 나갔다. 대부금, 5% 고금리.

오빠는 감사하다고 했다.

아, 고마워. 진짜 네가 없었으면...

나는 그 말 속에 담긴 두 번째 의미를 알고 있다. ‘네가 없었으면 결혼도 힘들었을 거야.’라는 뜻도, 그리고 ‘네가 없었으면 지금 내가 어디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뜻도.


언니는 왜 계속 혼자 사냐고?

동생들이 물었다. 나는 그저 웃었다.

여자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위치를 비워두는 거라고.


마지막 질문

당신이라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대가로 당신은 정말로 그 사람의 인생 속에 들어가 있을까, 아니면 그저 남은 삶을 숫자로만 채우고 있을까.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