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는 작다는 걸 알고도 웃었고, 그 미소가 나를 죽였다

‘크기’가 보장하지 못하는 남자가 맛보는 열등감, 작은 것이 되고 싶어질 때까지. 두 남자의 기록이 드러내는 몸의 금기와 복수심.

욕망열등감몸의 금기파워플레이복수심

첫댓글처럼 달라붙는 문장

  • 너, 진짜 작네?
    술집 변기 앞에 쭈그려 있던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에 든 게이샤 한 모가 떨어졌다. 축 늘어진 조개살처럼 퍼렇게.
    그녀는 내가 화장실 문을 잠그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을 다 봤다. 그래도 입꼬리만 올리고 있었다. 미소라고 하기엔 너무 달았다.

조그만 욕망, 조그만 불안

그렇게 작은 게 들어간다고?
남자들은 그 말을 들으면 표정이 굳는다. 아니, 표정 전체가 빠르게 수축한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이미 패배자가 되어 있다.
가슴속에선 뜨거운 불이 지펴지지만, 그 불은 반대쪽 방향으로 타오른다. 복수심.
어째서인지 작음은 단순한 신체적 사실이 아니라 도장처럼 찍혀 버린다. 이제 상대는 나보다 커 보이고, 나는 계속해서 작아지는 착시에 빠진다. 거꾸로 된 드리블이다.


첫 번째 증언, J의 기록

  • 이름: J(33, 마케팅팀)
  • 장소: 회사 뒷골목 모텔 2022년 3월 14일 새벽 1시 42분

그날도 술자리였다. 상무님의 비서실 서진은 J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봤다. 그녀가 문을 살짝 열어줬는데, 변기 앞에서 주저앉은 J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도 작아? 

거기서 끝이었다. 이후 두 달, 회사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진은 입꼬리만 올렸다. 똑같은 미소였다. 그 미소 속에선 ‘내가 알고 있다’는 확신이 배어 있었다.
J는 결국 팀을 옮겼지만, 그녀의 미소는 회사 건물 전체에 붙은 CCTV처럼 따라다녔다.

왜 웃음이 더 작아지게 만드는 걸까?


두 번째 증언, M의 오디세이아

  • 이름: M(29, 프리랜서 디자이너)
  • 장소: 올림픽공원 뒷편 룸카페 2023년 11월 2일 저녁 8시 17분

M은 여자친구의 전남편 이야기를 듣다가 참았다. 전남편은 유명 유튜버였고, 키도 크고, ‘거기’도 컸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M의 바지를 힐끗 보았다. 그 시선은 배신이었다.
M은 그날 밤 혼자 룸카페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거울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는 한참을 바라봤다. 작은 게 맞았지만, 그 작음이 이제는 무기가 되었다.

네가 더 작아지고 싶어.  

그 말을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더 작아지면 그녀의 시선도 또렷이 느껴질 것 같았다. 작은 것이 되면, 결국 고통마저도 작아질 것만 같았다. 어린애처럼.


금기를 움켜쥐는 이유

남성은 크기를 통해 가치를 측정해 왔다. 자동차, 연봉, 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 커야 한다는 강박은 작음을 로 만들었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작음이 확정되는 순간, 그 작음을 즐기는 충동이 피어오른다. ‘나는 작다, 그러니까 더 이상의 기준도 필요 없다’는 오만한 해방. 혹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역설적 욕망.
프로이트는 이를 ‘기형적 페티시즘’이라 했지만, 그는 고작 조그만 고무신 신발을 들고 다녔을 뿐이다. 우리는 실제로 작아진다.


마지막 질문

거울 앞에 선 당신, 작은 것을 보며 웃을 수 있을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그녀가 작다는 걸 알고도 미소 지었을 때, 너는 그 미소 속에서 죽었는가, 혹은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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