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만이라도, 그냥 내가 네 옆에 있게 해줘."
그녀의 메시지는 새벽 3시 47분에 왔다. 2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시간을 기억한다. 그때도 새벽이었지. 문 앞에 두고 간 열쇠를 내려놓으며 말했으니까. "이제 그만해, 나 진짜 지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열채마저 없는 상태로 서있다. 현관문 앞. 직접 왔다. 어젯밤 문자에 답장은 안 했는데도.
잊혀진 것들이 기억되는 밤
잠긴 문을 두드리는 손끝이 가늘다. 예전에는 맥주 마시고 와서는 꼭 내 복근에 뺨을 비볐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가늘어졌다. 아니, 내가 더 뚜렷해진 건가.
"들어와."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신발도 안 벗고 거실에 선 채로 말했다. "알잖아, 나 너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더라."
거짓말이다. 알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그녀가 한 일들을. 새로운 남자와의 사진들. 그리고 지워진 것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더 많이, 더 깊숙이.
"그래서?"
"그냥... 네가 나 이렇게 원하는 거 보고 싶어서."
욕망의 해부
우리는 왜 떠났던 사람에게 다시 달려드는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더 어두운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아직도 원한다는 증거
이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단순히 물이 아니라, 그 물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갈증이 해소된다. 그녀가 돌아온 건 아니야. 그녀가 내 욕망을 확인하러 온 거지.
지혜와 민수의 이야기
지혜는 1년 8개월 전에 민수를 떠났다. 그날도 비가 왔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민수는 지혜의 손목을 잡았다. "또 비 오면 찾을게."
지혜는 웃었다. "그럼 니가 비 맞는 거 보고 싶어서라도 올게."
그런데 3달 전이었다. 지혜는 새벽 2시에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런 인사 없이. "지금 나와."
민수는 20분 만에 도착했다. 젖은 옷을 입고. 지혜는 차 문을 열고 말했다. "니가 젖은 거 보니까 좋다."
그들은 헤어진 지 1년 5개월 만에 다시 잤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지혜는 말했다. "괜찮아, 이제 됐어.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뭘?"
"니가 아직도 날 원한다는 거."
또 다른 이야기. 수진과 재현.
재현은 수진이 떠난 후 6개월 동안 매일 밤 그녀의 집 앞을 지켰다. 그러다 어느 날, 수진이 직접 나왔다.
"왜 그래?"
"그냥... 네가 아직 여기 있다는 거 확인하고 싶어서."
수진은 재현의 손을 잡았다. 단순히 위로가 아니었다. "나도 그래. 네가 날 아직도 여기 있다고 느끼는 게 좋더라."
그날 밤 그들은 함께였다. 하지만 아침, 수진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여기 오지 마. 내가 널 보내야 해."
재현은 물었다. "왜?"
"내가 널 보내는 게 내가 널 원한다는 증거니까."
금기의 단맛
우리는 버려진 장난감을 다시 찾는 아이와 같다. 그 장난감이 진짜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가 버린 걸 줏어갔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사실은 더 간사하다. 종이 울리면 눈을 뜨고 싶은 것. "아, 내가 아직도 살아있구나"를 확인하는 것.
그녀는 돌아온 게 아니야. 그녀가 내 욕망을 확인하러 온 거지.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욕망에 목마르다. 단순히 그녀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나를 원한다는 사실에 목이 타버린다.
마지막 문장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떠났던 누군가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떠났던 당신을 누군가가 아직도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이 글을 읽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