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입맞춤, 그녀가 정한 속도
우리 첫 키스는 횡단보도 신호등 앞이었다.
시끄운 클럽 음악이 길거리까지 새나오던 새벽 두 시.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두 번, 아니 세 번 어루만졌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내 귀에 살살 속삭였다.
“아직은 글렀어. 눈똑바로 뜨고 있네.”
손에 든 맥주캔을 내려놓으며, 그녀는 내 입술을 살핀다는 듯 한 번 스쳤다. 그 찰나의 접촉만으로 내 가슴은 터질 듯 뛰었고, 발끝이 저릿했다. 몸은 이미 환호했지만, 그녀는 아무 일 없단 얼굴로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
그날 밤, 숙소 침대 안에서 그녀는 내게 *‘첫순’*이라는 단어를 써주었다. 내 몸 위에 올라탄 채, 한 손으로는 내 손목을 내 머리 위로 눌렀다.
“너는 첫순으로 남고 싶니, 아니면 그냥 또 다른 연습장으로 쓰이고 싶니?”
내 대답은 차가운 침대 시트보다 뜨거운 숨결 속에 삼켜졌다.
피 묻은 접시 위의 숫자
우리는 일곱 살 차이. 스물일곱 그녀, 스무 나.
그녀는 숫자를 좋아했다. 내가 그녀와 함께 쓴 *‘첫’*의 리스트를 차곡차곡 외웠다. 첫 뽀뽀, 첫 민소매 티를 벗긴 밤, 첫 넥타이 묶임, 첫 목욕탕, 첫 아침 해장국, 첫 목디스크 주사. 그녀는 심지어 내가 처음으로 달아오른 이마의 체온까지 기억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숫자를 하나도 흘려 말하지 않았다. 몇 명이 나를 사이에 끼었는지, 몇 번이나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는지. 그건 오직 그녀의 몸에 새겨진 비밀 지도였다. 나는 늘 그 지도의 끝에 붙은 물음표에 불과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물었다.
“야, 너 형수님 몇 명이나 밟았대?”
나는 웃으며 한 모금 마셨다. 술이 아니라 피를. 그녀가 내 목덜미에 남긴 어금니 자국이 아물지 않아서.
경험자의 무게, 초보자의 굴레
‘그녀는 내가 떨 때마다 웃었다. 내 떨림 하나하나가 그녀의 연쇄 작품이 되는 순간.’
나는 그녀를 따라 호텔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 배웠다. 어떤 포즈가 안전하고, 어떤 냄새가 더 좋은지, 눈을 감을 때보다 뜨고 있을 때가 더 민망하다는 것도. 그녀는 내 실수를 바로잡으며, “그건 전 남자친구가 그랬어”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이 끝날 때마다, 내 몸 위에 또 한 겹의 남자들의 발자국이 선명해졌다.
그녀는 내가 모르는 노래를 틀었다. “우리 처음 듣던 거야.”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에 맞춰 입을 벌렸다. 그녀는 내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지며, “이 부분은 너만 알게 될 거야”라고 거짓말했다. 실은 그녀의 손끝이 아는 모든 부분은 이미 누군가에게 넘겨받은 지 오래였다.
어느 날, 그녀는 혼잣말처럼 던졌다.
“너는 아직도 뭐가 처음인지 모르겠네.”
그 말이 나를 잡아챘다.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내 몸을 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손목을 다시 잡았다.
“여기서 끝내면 넌 평생 첫순만 찾아다닐 거야. 그만큼 물려줄게 없어.”
민우와 수진, 그리고 경험치 차이
민우는 스물다섯, 수진은 서른두 살. 회사 동아리에서 만났다.
처음엔 수진이 먼저 다가왔다. “너, 맥주 마실 때 눈치 보는 거 좀 귀엽다.” 수진의 손끝이 민우의 캔 뚜껑을 딸 때마다, 민우는 눈을 피했다. 수진은 알았다. 민우가 자신보다 일곱 살 어린 초보자라는 걸. 그리고 그 점이 자극이라는 걸.
그녀는 술집에서 민우의 목 뒤를 한 번 쓸었다.
“나는 너한테 첫 뭐가 될지 몰라도, 넌 나한테 마지막 뭐가 될 수 있어.”
민우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안다. 어린 남자가 더 이상의 첫 경험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른 여자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민우는 수진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수진이 남긴 메모 하나를 발견했다.
‘민우야, 오늘은 네가 처음으로 여자의 목욕탕을 보는 날이야. 나는 벌써 유치원생 때부터 목욕탕에서 남자 어른들을 봤지. 우리는 출발선이 달라.’
민우는 그 메모를 반나절 들여다보다가 찢어 버렸다. 조각조각 뜯긴 종이 위로, 수진이 다음 사람에게 똑같은 문장을 쓸 것이라는 상상이 스며들었다.
왜 우리는 그 굴레를 원하는가
‘경험자는 초보자의 불안을 지도로 삼는다. 초보자는 경험자의 흔적을 성역으로 만든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지식의 권력 전이’*라고 부른다. 누군가가 내 몸에 이미 써내려간 문장 위에 새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충동. 그건 단순한 학습욕망이 아니다.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무모한 도박이다. 내 몸이 그녀의 연쇄 경험을 끊는 절대적인 1 페이지가 되길 바라는, 착각에 가까운 소망.
우리는 경험자의 몸에 새겨진 지도를 보며, ‘나는 그 지도의 끝자락일까’ 혹은 ‘나는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을까’를 계산한다. 하지만 지도는 이미 수천 번 복사된 것이고, 우리는 그 복사본 위에 연필로 덧칠하는 꼬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굴레를 원한다. 왜냐하면 경험자가 주는 첫 번째 가르침은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경멸이기 때문이다. 그 경멸은 우리를 연료 삼아 더 깊이 파고든다. ‘나는 너를 가르칠 테니, 넌 나를 잊지 못할 거야’라는 은밀한 계약. 그 계약서에는 우리의 자존심도, 미래의 연애도 함께 서명된다.
당신은 아직도 첫 페이지를 찾고 있나
당신도 누군가의 첫 번째 실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의 마지막 경험을 만들겠다는 오만함에 빠져 있었던 건가. 일곱 살, 혹은 그 이상의 차이가 주는 권력 게임에서 우리는 서로를 ‘순진함’과 ‘숙련’이라는 이름으로 가둬둔다.
그러나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연쇄 경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은 아직도 그녀의 지도를 끝까지 그리려고, 아니면 지도를 찢고 나만의 첫 페이지를 다시 쓰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