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나 사이에 있던 남자
"너, 진짜 재우랑 아무 사이 아니지?" 소희가 나지막이 물었다. 술집 화장실 거울 앞, 우리 둘의 시선은 냉장고처럼 차가웠다. 립스틱을 덧바르는 내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건 단지 술 때문이 아니었다.
재우는 소희의 남자였다. 그리고 나는 소희의 유일한 단짝이었다.
우린 7년. 오래된 우정이라는 단어가 먼지처럼 느껴질 만큼 썩어 있었다.
숨겨진 것들의 무게
사실은 내가 먼저였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재우가 내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소희가 먼저 그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친구의 남자일 뿐이야.
매번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우리 셋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재우의 눈이 나를 스쳐갈 때마다 나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 눈빛이 너무 따뜻해서, 너무 아려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소희는 몰랐겠지. 그녀가 재우와 처음으로 잤다고 들려준 날, 나는 화장실에서 토했다. 그리고 그녀가 "우리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라고 했을 때, 나는 "축하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불씨가 되는 말들
그날 밤이었다. 소희는 출장 중이었고, 재우는 나에게 왔다. "그냥 술 한 잔만"이라고 했다. 우린 3년 만에 단둘이 마주 앉았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사실... 나도 너를 좋아했었어. 하지만 소희가..."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터졌다. 7년 동안 참았던 무언가가, 숨겨왔던 무언가가. 나는 그의 입술을 먼저 삼켰다. 그날 밤 우리는 소희의 침대에서 잤다. 그녀가 가장 아끼던 흰 시트 위에서.
타는 듯한 향기
아침이 되자 자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감정이 더 거세게 몰려왔다. 질투와 죄책감이 꼬리를 물고, 그 끝에는 묘한 해방감이 있었다.
소희가 돌아왔을 때 나는 말했다.
"미안, 우리 실수였어."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내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이제 너의 것도 아니야.
재우는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소희는 무너졌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던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를 배신했다.
파괴의 미학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단순한 욕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 때문이었을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질투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권력의 감정이라고. 내가 재우를 원한 건 아니었다. 나는 소희가 가진 것을 빼앗고 싶었던 거다. 그녀의 무심한 행복, 그녀의 확신, 그녀의 소유.
우리는 서로를 미러처럼 사용해왔다. 소희는 나를 통해 그녀의 선함을 확인하고, 나는 소희를 통해 내 어둠을 감춰왔다. 하지만 그 거울이 금이 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실체를 마주해야 했다.
마지막 향기
우리는 다시 마주치지 않았다. 소희는 도시를 떠났고, 재우는 나와의 관계도 끝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둘 다... 너무 더러워졌어."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날 밤, 우리는 단 한 시간 만에 7년의 우정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그리고 타다 만 것들의 향기는 아직도 코끝에 선명하다.
질투의 향기. 배신의 향기. 그리고 해방의 향기.
그럼 넌? 네가 가장 친한 친구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너는 그 향기를 견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