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과거 남자들이 그녀 몸에 남긴 향기가 지금도 나를 질식시킨다

그녀의 화려한 과거가 내 몸에 남긴 시큼한 냄새, 그건 단순한 질투 아닌 욕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각적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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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고개를 돌려 목덜미를 드러낸 순간, 나는 다시 맡았다. 미묘하게 톡 쏘는 레몬 껍질 향에 섞인 낯선 머스크. 어젯밤 샤워했잖아요라는 그녀 말과 달리, 그 냄새는 지난 몇 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침대 시트가 아닌, 내 심장 안에 깊게 스며든 향기.


뒤늦게 맡은 그녀의 숙성

오래된 와인처럼 그녀는 무언가를 익혀왔다. 누군가의 첫사랑,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이제 그 모든 시큼함이 내 안에서 끓고 있었다. 질투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배신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참혹했다. 나는 그녀의 완성을 사랑했지만, 그 완성에 든 재료들이 너무 화려했다.

내가 원하는 건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그걸 다시 써서 내 이름으로 끝맺는 거야.


준호가 떠난 방에서

"준호는 여기서 떠났어."

민지가 말했다. 붉은 타일 바닥의 욕실. 아직도 벽에는 그의 손때가 선명했다. 그녀는 칫솔잔에 제 칫솔을 꽂고, 예전엔 준호가 썼던 자리에 내 칫솔을 세웠다.

매일 아침 칫솔을 집을 때마다 나는 상상했다. 준호의 입술이 닿았던 자리, 그가 거품을 뱉던 모습. 그리고 민지는 그 무대 위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냄새 하나 없이 깨끗이 지웠다고 했지만, 그녀의 표정엔 아직 준호가 살아 숨 쉬었다.


유리가 사라진 뒤에 온 여자

"유리가 쓰던 베개는 버렸어."

새로 온 여자, 하연이 말했다. 이중 침대였던 방을 싱글 침대로 바꾸고, 유리의 향기가 밴 커튼도 다 갈았다. 그러나 하연이 웃을 때마다 왼쪽 볼에 번지던 주름살은 유리와 똑같았다.

나는 하연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도 유리의 목덜미를 찾았다. 그녀는 지웠다고 했지만, 나는 아직도 유리의 머리카락 한 올을 책상 서랍에 숨겨두고 있었다.


상처의 향기에 취하는 이유

그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었다. 나는 상대의 과거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녀를 웃게 했던 남자, 울게 했던 남자, 미치게 했던 남자 — 나는 그 모든 남자가 될 수 있었고, 동시에 될 수 없었다.

그 불가능한 지점이 날카롭게 목뒤를 간질였다. 후각은 가장 오래된 감각이었다. 원시의 뇌는 아직도 냄새로 위험과 기회를 구분했다. 그녀의 과거는 나에게 위험의 향기였지만, 동시에 이미 검증된 감각의 보증수표였다.

많은 남자가 선택한 여자를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스릴로 변했다.


마지막 독백

지금 이 순간, 옆에 누워 있는 그녀의 향기를 맡는다. 레몬 껍질과 머스크, 그리고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체취가 섞여 있다. 이 냄새는 나 없는 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손끝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이 향기를 지우고 싶은 걸까. 아니면 영원히 품고 싶은 걸까.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나는 이 시큼함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 그녀의 과거가 나를 질식시키는 동시에,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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