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정년이 지난 외도, 그녀의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67세 정숙은 남편이 골프 간 아침, 40년 전 한 번 키스했던 남편의 절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의 입맞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 나이 든 욕망은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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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지난 외도, 그녀의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알았어요. 당신도 느꼈죠?”

전화 너먤에서 숨소리가 끊겼다.

서울 은평구 2층 단독주택 거실, 오후 10시 14분. TV는 꺼져 있고 남편은 여느 주말처럼 ‘조조 라운딩’이라며 아침 일곱 시 반에 나섰다. 정숙은 그가 40년 넘게 같은 클럽, 같은 조를 고집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그러니까—전화를 걸었다. 수신 화면에 뜬 이름은 ‘윤영호’. 남편의 고교 동창, 둘도 없는 형이라 자처하던 남자.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성수동 빌라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가 사라진 오후

우리는 ‘정년’이 지나면 욕망도 퇴직한다고 믿는다. 사내 직장에서도, 아내의 침실에서도. 그래서 더 지독하다. 퇴직 후 아침 10시, 정숙은 거실 창 너머로 복도 끝에 굴러 떨어진 남편의 양말 한 짝을 본다. 발뒤꿈치가 헤진 회색 양말. 그걸 주워 손에 쥐면 1969년 5월의 다른 양말이 떠오른다. 그날도 비가 왔다. 청담동 칵테일바 ‘리베라’. 조명은 노랗게 흐렸고 테이블은 대리석이었다. 22살 정숙은 윤영호의 무릎 옆에 앉았다. 그는 남편의 절친이었다. 17분 동안—시계 초침이 똑딱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입을 맞췄다. 혀는 서로의 잇몸을 살폈고, 손끝이 허벅지 안쪽을 스쳤다. 그러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와 물었다.

“뭐 해?”

정숙은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가 술 먹고 쓰러질까 봐.”

세 사람은 같이 웃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그 비밀은 40년 동안 몸속 가장 깊은 곳에 누워 있었다. 눈 감으면 여전히 촉촉한 입술의 물기, 담배와 위스키가 섞인 숨결이 느껴진다. 그리고 67세, 남편이 매일 아침 골프를 가는 순간, 그 입맞춤이 다시 살아난다.


그녀의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호 씨, 들리세요?”

정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떨림은 의외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심장은 여전히 열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뛰었다. 전화기 너먤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담배를 끌어들이는 소리였다.

아직도 이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구나.

“정숙 씨, 왜… 지금이죠?”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40년 전 그와 똑같았다. 담배 한 모금 끝에 나오는 쉰소리, 그리고 뒤따르는 짧은 숨. 그 소리만 들어도 정숙은 다시 그날 밤으로 돌아갔다. 복도 끝, 어둠 속에서 서로의 옷 단추를 풀던 순간.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오기 직전, 이 키스가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던 순간.

“나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해요.”

고백은 밖으로 튀어나왔다. 고백은 계획된 게 아니었다. 그냥 튀어나왔다. 전화기 너먤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두려웠다. 두려움이라는 건,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무릎을 떨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속삭이는 미래

그날 밤, 정숙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는 젊었다. 그녀도 젊었다. 그들은 파리의 어느 호텔 방에서 서로의 몸을 헤집었다. 그러나 눈을 뜨면, 그녀는 67세였다. 남편은 그녀의 곁에서 코를 골았다. 여전히 그녀의 남편이었다.

정숙은 눈을 감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용기를 냈다. 그는 받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미 그녀는 그와 함께 있었다. 머릿속 속삭임으로, 40년 전 그날의 입맞춤으로. 그리고 그녀는 알았다. 욕망은 나이와 상관없이 살아 있으며, 오히려 나이가 들면 더 선명해진다는 사실을.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늙어가면서도 ‘금기’에 끌린다. 금기란, 우리가 평생 지켜온 것과는 다른 것이다. 결혼 40년, 딸도 결혼하고 손자도 있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를’ 생각한다. 그는 남편이 아닌, 그 시절 ‘가능했던 나’의 투영이다.

정숙에게 윤영호는 1969년 5월의 자신이다. 22살, 처음으로 양말을 벗으며 ‘나는 누구인가’ 물었던 순간. 그리고 67세, 남편이 골프 가고 나면 다시 그 물음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거를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과거의 가능성을 후회한다. ‘그때 그랬더라면’이 아니라, ‘지금 그를 만난다면’이다. 왜냐하면 욕망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쥐어 흔든다.

정숙은 전화를 끊고 잠시 거실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담배 냄새가 아른거렸다. 그건 창밖에서 스며드는 봄비 습기처럼 선명했다. 그리고 처음으로—아주 작은 목소리로—속삭였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겠지.”

그 속삭임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정숙의 가슴 안에서는, 17분의 키스가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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