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당신은 남편의 몸이 됩니다."
예식장 대기실. 하얀 레이스 장막 사이로 들려온 목사님의 마지막 축복이었다. 몸이? 내가 어떻게 갑자기 몸이 되는 거지?
몸이 아닌 것으로 남기로 했던 나
스무 살 되던 해, 엄마는 나를 교회 지하 세미나실로 끌고 갔다. 남학생들은 따로 없었다. 우리는 '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 번 찢기면 절대 다시 붙을 수 없어요."
초콜릿 포장지를 찢어내는 선생님의 손이 섬뜩했다. 붉은 필통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때 나도 이제 초콜릿인가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날 이후 매일 밤 나의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순결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야." 하지만 아무도 그 선물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신혼여행 숙소의 침묵
"민서, 괜찮아?"
도훈이 불안한 듯 나의 어깨를 흔들었다. 예식장에서 집까지 오는 내내 나는 차창에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이제 내가 찢길 차례인가.
객실 문이 닫히는 순간, 도훈의 손이 내 볼을 어루만졌다. 따뜻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눈을 감자 선생님의 초콜릿이 번쩍였다. 눈을 뜨자 엄마의 붉은 필통이 보였다.
"우리... 천천히 해도 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도훈의 얼굴이 굳었다. 아,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했구나. 신부는 첫날밤에 기쁘게 열려야 해.
처녀막이 없던 처녀
"도대체 왜 그래?"
그날 밤, 나는 도훈에게 화를 냈다. 아니, 화를 내려다가 울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내 뺨에 입을 맞출 때마다 지금 내가 찢기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새벽 두 시, 나는 화장실에서 흐느꼈다. 거울 속 내가 초콜릿 포장지처럼 보였다. 한 번도 찢긴 적 없는데도 이미 구겨져 있었다.
욕망의 반대편에 선 여자들
같은 교회 자매들 중에 은주는 있었다. 그녀는 예식 전날 나에게 속삭였다.
"나는 진짜 찢길까 봐 무서워. 말이 안 되지? 몸이 찢긴다니."
은주는 결혼 전날 도망쳤다. 신랑 대신 교회 뒷산에서 이틀을 숨어 지냈다. 그녀는 도망쳤지만, 나는 그 자리에 남았다.
왜 우리는 두려워하는가
순결 교육은 딸들에게 페르소나를 씌운다. 처녀막이라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다. 생리는 찢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딸들이 찢기는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 상상이 두려운 이유는 뭘까.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건 결코 찢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완전히 펼쳐지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완전함이 너무 커서, 우리는 그것을 찢김으로 바꾼다.
신부가 된 소녀의 마지막 물음
도훈과 나는 이혼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를 놓아주었다. 떠나기 전 그는 말했다.
"나는 네가 아니라 네 상처와 결혼한 것 같아."
그래, 나도 마찬가지였어.
지금도 나는 가끔 꿈을 꾼다. 하얀 레이스 장막 안에서,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말한다. "당신은 아직도 초콜릿일까요? 아니면 포장지만 남은 걸까요?"
당신은 순결을 지켜야 했던 것일까, 아니면 결코 누군가에게 펼쳐질 수 없었던 욕망을 지켜야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