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이혼 후 만난 새 남자, 난 왜 다시 똑같은 지옥을 꿈꾸는가

이혼 후 두 번째 사랑, 하지만 머릿속에선 벌써부터 전 남편의 손길이 겹쳐진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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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세요.'

준혁이 내민 수저 위에 올려진 반찬 하나. 동그랗게 말린 계란말이. 7년 전, 준호도 똑같은 반찬을 똑같은 손놀림으로 내게 먼저 떠먹였다. 그날 밤엔 유리창이 깨졌고, 피가 섞인 눈물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지금 이 순간, 새 침대 위에서 준혁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전 남편의 손끝과 겹쳐진다.


잘린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르는 향냄새

다시는 안 돼. 심장이 울린다. 하지만 또렷이 보인다. 준혁이 내 눈앞에서 웃을 때마다, 그 눈매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전 남편이 내던진 유리잔 파편이 코끝을 스치는 것 같다. 같은 향기. 같은 온도.

왜 우리는 똑같은 맛에, 똑같은 온도에, 똑같은 광기를 품은 사람을 찾아 헤매는가.

내가 사랑하는 건, 아니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건, 결국 내가 아픈 그 방식 그 자체인가.


두 명의 여자, 같은 빨간색 블라우스

서진, 38세, 이혼 2년 차. 그녀는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 새로운 남자, 도윤과 만난 지 5개월.

도윤이 손에 든 건 작은 상자였다. 봉투 안에는 ‘혼전 계약서’라고 적힌 흰색 문서. 그가 웃었다.

‘서진아, 너랑 나랑 진짜로 시작하자. 어제 네가 얘기한 네 전 남편 얘기, 다 잊어버리자.’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도윤이 잠든 사이 몰래 그의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검색창엔 ‘전처에게 보낸 미안함’이라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 서진의 손이 떨렸다. 그녀도 어젯밤, 전 남편에게 ‘미안해’라고 적은 메시지를 지웠다가 다시 썼다.


유나, 29세, 이혼 6개월 차. 그녀는 새 남자 재민과 첫 100일을 맞이했다.

재민이 건넨 건 붉은색 블라우스였다. 유나는 그걸 받으며 웃었지만, 불현듯 떠올랐다. 전 남편이 유행하던 그 빨간색 블라우스를 사줬던 날. 그날 밤 그녀는 문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울었다. 재민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입어봐, 예쁠 거야.’

유나는 커튼 너머로 거리를 바라봤다. 재민의 품에 안기며,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도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더 사랑하겠지.


왜 우리는 무덤 위에서 다시 피는 꽃을 꺾으려 하나

연구에 따르면, 이혼 경험자의 76퍼센트는 전 배우자와 유사한 성향을 지닌 새로운 관계를 선택한다. 익숙함은 마약이다. 뇌는 아픈 패턴을 학습하고, 그 고통마저도 안전 지대로 여긴다.

전 남편이 늦게 들어와 소리쳤던 그 새벽 3시. 준혁도 똑같은 시각에 문자를 보낸다. ‘늦을 것 같아, 미안.’ 똑같은 문장. 똑같은 시간. 그런데도 나는 그 손끝을 기다린다. 고통을 기억하는 몸은, 고통 없이는 못 산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너를 통해 내가 끝내 살아남은 나를 사랑하는 거야.


잘려 나간 발가락처럼

준혁이 내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그 손을 나는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전 남편과 나누던 마지막 대화를 입 안에 가둬둔다. ‘그래, 너도 나도 바보였어.’ 그 문장이 새 남자의 목소리로 흘러나올 때를 기다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한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다.

우리는 없는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려다, 있는 사람의 온기마저 지워버린다.


이제, 침대 맡에서 준혁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 너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 손이 전 남편의 손인지, 아니면 너 자신의 두려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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