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손댄 건 누구야?"
민지의 목소리가 침대 위로 떨어진다. 새벽 두 시, 그녀의 남편 재우는 거실에서 잠든 듯 조용하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가슴 위에 손을 얹은 채 숨을 죽인다.
내가 만지는 건 민지인가, 아니면 재우가 매일 밤 만지는 민지인가.
입술이 닿기 전 내가 느낀 것
사실 그녀를 처음 본 건 재우의 SNS였다.
그는 다정하게 아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사진을 올렸다.
나는 그 사진을 축소·확대하며 목선의 굴곡을 따라가다가, 손가락이 스마트폰을 타고 흘렀다.
내가 만질 수 없는 피부, 누군가는 매일 입맞추는.
그때부터였다. 허락받지 못한 몸에 대한 갈망은 허락받은 몸에 대한 욕망보다 강렬했다.
그녀의 몸 위에 누군가의 손자국이 선명한 밤
우리 셋은 같은 침실에 누웠다. 재우가 민지의 왼쪽, 내가 오른쪽.
재우가 먼저 잠든 사이 그녀는 내 손등 위로 새끼손가락만 걸쳤다.
- 민지: "너는 지금 내가 재우인 줄 알고 만지는 거야?"
- 나: "너는 지금 나를 재우라고 착각하고 반응하는 거야?"
잠깐의 침묵.
그녀가 말했다. "둘 다 아니야. 너는 너고, 나는 나야."
그래서 당신은 지금 누구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나.
나는 그 질문 대신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재우의 손자국이 있을 법한 곳 위로, 내 손이 새로운 지문을 남기기 시작했다.
두 번째 사건: 서울 모텔, 에어컨 소리만 요란한 새벽
"여기는 우리 둘만의 거실이야."
혜진이 카드키를 문에 꽂으며 말했다. 그녀는 폴리모어 커플의 ‘셋째’였다.
침대맡 테이블 위에는 오늘 아침 그녀 남자친구가 싸준 도시락이 덮여 있었다.
혜진은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다 말했다.
"이건 내가 아닌 너를 위한 거였으면 좋겠어."
- 나: "그러면 너도 나를 위해 준 게 아니라 네 남자친구가 나를 위해 준 건데."
그녀는 내려놓은 김밥 위에 손을 얹었다.
지금 만지는 건 김밥인가, 남자친구의 손길이 얹혔던 플라스틱 용기인가.
혜진이 천천히 손을 뻗어 나의 허벅지를 쓸었다.
"여기는 우리 둘만의 자리야. 그래도 내 손은 오늘 아침 그가 만졌던 손이야."
욕망의 고리를 단단히 조였다.
우리는 서로의 몸에 남의 체온을 얹고 싶었다. 누군가의 사랑이 흘렀던 부위에 새로운 사랑을 새겨 넣고 싶었다.
금기는 왜 이토록 달콤한가
심리학자들은 ‘허용 지대(the permitted zone)’라는 말을 쓴다.
다중관계에서 우리는 누구와 어디까지가 ‘허용’인지 계속 협상한다.
그러나 정작 흥분하는 순간은 협상 밖이다.
재우가 모르는 새 민지의 목덜미를 핥는 순간.
혜진의 남자친구가 선물한 복숭아를 내가 베어 무는 순간.
금기는 경계를 넘는 행위가 아니라, 경계 위를 미끄러지는 행위다.
누군가의 손자국 위에 나의 손자국을 포개는 것.
그 찰나의 중첩이 우리를 사지로 내몬다.
자, 이제 당신도 잠깐 떠올려보자.
연인이 누군가와 포옹하는 사진 한 장.
그 포옹이 끝난 뒤 남아 있을 법한 체온.
당신은 그 체온을 닦아내고 싶은가, 아니면 더 깊이 묻히고 싶은가.
누구의 이름을 불러야 할지 모르는 새벽
재우는 아직도 몰라야 한다.
민지도 혜진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중첩을 만들어간다.
손끝으로 확인하는 타인의 몸, 입속으로 확인하는 타인의 사랑.
"당신은 지금 누구를 원하는가?"
"아니, 당신은 누구의 허락받지 못한 부위를 원하는가?"
이 질문에 당신은 시원스레 대답할 수 있나.
아니면 혀끝에 닿는 체온의 주인을 아직도 가릴 수 없나.
잠들기 전 마지막 질문
당신은 연인의 연인을 생각하면서 누구와 잠들었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손끝에 남아 있는 체온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