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보면 안돼?"라고, 그가 물었다
"나만 바라보면 안돼?" 민서는 침대 맡 테이블 위에 놓인 재윤의 휴대폰을 흔들며 되물었다. 잠금 화면에선 아직도 수진의 새벽 메시지가 반짝였다. ‘오늘도 네가 그리워서 자꾸 눈물 나. 너랑 있을 때가 제일 따뜻했어.’
재윤은 대답 대신 민서의 손목을 잡았다. 그 손목에 새겨진 작은 흉터. 지난주 민서가 재윤의 다른 연인 ‘하린’과의 밤을 상상하며 스스로 해낸 자해 흔적이었다.
너는 나를 온전히 갖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나를 다른 이와 나눠 갖는 장면을 떠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잖아. 누가 더 미친 거지?
흔들리는 심장의 무게
우리는 둘 중 하나를 고르기를 강요당한다. 모노심장은 한 사람에게만 뛰는, 샤넬 No.5처럼 배타적인 향기를 품은 사람. 폴리심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빈자리를 만들어내는, 무한 확장형 욕망의 화신.
문제는 대부분이 둘 다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한쪽 팔로는 배타적 사랑을 갈구하면서, 다른 팔로는 스스로를 쪼개 나눠 주길 갈망한다.
이 간극은 실제로 아주 가늘지만, 그 틈바구니에 사람은 온전히 끼어 죽는다.
사례 1 : 유진과 도윤, 그리고 모두의 여자 ‘나현’
유진은 3년째 도윤과 살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모노심장이었다. 하지만 도윤은 책상 서랍에 ‘나현’이라는 이름의 USB를 숨겨두었다. USB 안엔 나현이 과거 도윤과 찍은 수백 장의 사진,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연애일지가 담겨 있었다.
유진이 USB를 발견한 날, 그녀는 먼저 화를 냈다가 이내 무너졌다.
'왜 나는 이걸 보면서 흥분이 올라오지?'
그날 밤 유진은 도윤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현이 들어앉은 그 빈자리에 자신도 끼워달라고. 도윤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저을 때, 유진은 오히려 더 절망에 찼다.
사례 2 : 지아의 밤, 민재의 아침
지아는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민재는 지아가 폴리심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했다.
"너도 다른 사람 만나봐. 그래야 공평하잖아." 지아가 제안했을 때, 민재는 대답했다.
"난 싫어. 난 네가 나만 바라보는 게 좋아. 그게 공평해."
그 말을 들은 순간 지아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어쩌면 나는 네가 폴리심장이길 바랬던 건 아닐까? 민재를 오롯이 차지하면서도, 동시에 민재에게서 자유를 뺏기고 싶던 게 아닐까.
금기를 움켜쥔 손
폴리심장과 모노심장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금기시한 욕망의 정확한 위치다.
인간은 원래 다자간 애착을 지닌 포유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걸 한 명에게만 강제해왔다. 그 강제를 거역하는 순간, 우리는 불륜, 배신, 타락이라는 낙인을 새긴다.
그래서 간극은 더 선명해진다. 금기일수록 분명해지니까. 내가 상상하는 너의 다른 연인의 몸, 내가 느끼지 못하는 너의 표정. 그 모든 게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기에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되감긴다.
사실 우리는 둘 다 원한다. 나를 온전히 차지하면서, 동시에 나를 나눠 가지는 너의 모습을.
그래서 누구도 온전할 수 없어
민서는 재윤의 휴대폰을 놓고 일어났다. "네가 나한테만 속하면, 나는 너를 더 이상 원하지 못할 거야."
재윤은 말없이 민서의 흉터에 입을 맞췄다. 그 흉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민서도 재윤의 잠금 화면 속 수진도 없앨 수 없다.
이 간극은 존재하는 한, 우리는 누구도 온전히 가질 수 없고, 누구도 온전히 줄 수 없다.
마지막 질문
그렇다면 너는 어떤 기도를 더 오래 품고 살까. ‘내가 너의 전부가 되게 해주세요’ 하는 기도, 아니면 ‘나를 조금만 나눠가져도 좋으니 제발 끝까지 나를 바라봐 주세요’ 하는 기도, 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