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결혼식장 뒤편, 그녀가 진짜 원하는 건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었다

상당수 기혼 여성들이 말 못할 욕망으로 떠도는 이유 — 결혼이 아닌 단 하루,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주인공의 자리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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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뒤편, 그녀가 진짜 원하는 건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었다

"당신은 어디서 왔어?"

회식 끝에 모텔 복도. 유리잔에 남은 맥주를 한 입 마시며 지훈이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목뒤에 숨겨진 딱지를 긁었다. 이게 나의 정체다 하는 듯이.

여기서, 나는 ‘아내’가 아니다. 그저 ‘여자’다. 화려한 드레스는 없지만,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찰나가 있다. 그 한 줄기 빛이 견뎌내기 어려운 일상을 하얗게 태워버린다.


사라지는 나

결혼 7년 차, 나는 냉장고 정리와 초등학교 알림장 사이에서 이름을 잃었다. 수건 정리할 때마다 "엄마"라는 호칭이 먼지처럼 날아온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었다는 생각은 비겁하게도 침대 옆 콘돔 한 박스가 전부 증거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란 걸.


미라클 모닝, 05:17

오늘도 경준은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켠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찍어 ‘#기분좋은아침’이라는 이름으로 SNS에 올린다. 30분 뒤면 욕실 바닥에 뿌려진 남편의 털과 아이들의 칫솔질 시간이 시작된다.

"언니, 우리 카페 가요. 오늘 오후만."

비밀 단톡방에서 수진이 문자를 보냈다. 월요일 2시, 아이들은 학원, 남편은 회의다. 세 시간 뒤 다시 돌아올 ‘엄마’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


그녀들의 은밀한 도피처

"여기, 처음이에요?"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 오후 3시라는 어색한 시간, 마주 앉은 여자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내’였다. 이름은 각각 민지, 유진, 하영. 모두가 거짓 이름으로 소개한다.

그들은 칵테일 한 잔에 취하지 않는다. 대신 가벼운 거짓말을 나눈다. 남편에게 “동창회”라고 했는지, “병원”이라고 했는지. 누군가는 그릇된 자유를 즐기고,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창밖을 본다.

"사실, 난 베트남 결혼식에 가고 싶었어. 새하얀 드레스, 신부 들러리 20명. 그리고 하루 종일 나만 바라보는 사람들."

하영이 속삭인다. 그녀의 진짜 이름은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왜 우리는 이것에 굶주리는가

심리학자들은 ‘마스크 교체’라는 단어를 쓴다. 부인, 어머니, 며느리라는 역할에 치어 죽어가는 자아를 되살리는 방법. 짧은 도피지만, 오늘 하루만은 ‘나’로 살고 싶은 욕망.

알고 있었다. 아무도 내 진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걸. 그래도 나는, 단 하루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이건 배신이 아니라, 잊혀진 나를 기억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너만의 하루는 어디에 있을까

인생이 결혼이라는 긴 시즌으로 바뀌면, 우린 단편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짧지만 강렬한 한 장면. 스포트라이트는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그 빛이 지닌 체온은 남는다.

그렇다. 그건 결혼에 대한 반역이 아니라, 결혼 안에서 살아남는 비밀 통로지. 다만, 그 통로의 끝에서 네가 만날 ‘나’는 누구일까. 진짜 이름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직 너만의 하루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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