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30대가 되자 사라진 욕망, 나는 더 이상 뜨겁지 않다

뜨거웠던 몸이 식어버린 30대들이 숨겨온 음습한 고백. 사라진 욕망이 남긴 차가운 한숨, 그리고 복수

30대욕망성적 무관심일기관계의 온도
30대가 되자 사라진 욕망, 나는 더 이상 뜨겁지 않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차가워?"
준수가 이불 속에서 내 어깨를 흔들었다. 희미한 스탠드불 아래 그의 눈동자가 축축하게 번들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팔만 슬슬 뺐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였는데도 온몸이 시려웠다.
"아니, 그냥. 피곤해."

그날도 나는 그를 거절했다. 반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되풀이되는 거절. 준수는 이제 내 몸이 뜨거워질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29세 마지막 날까지 나를 들끓게 만들던 화끈한 감각이, 30대 문턱을 넘자마자 식어버렸다.


내 몸이 먼저 배신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브래지어를 풀며 깨달았다. 한때는 손끝만 스쳐도 움찔하던 가슴이 굳은살처럼 무감각해졌다. 예민했던 유두는 감각을 포기한 듯 축 늘어졌고, 허벅지 안쪽은 늘 옷장 속 칙칙한 스타킹처럼 차분해 있었다.

사내 동료가 회식 자리에서 무릎을 살짝 스칠 때도 아무 것도 울리지 않았다. 한때는 그런 미묘한 접촉에 귀를 붉혔던 내가 말이다. 이제는 ‘괜찮아, 실수겠지’ 하고 무심히 웃어넘긴다.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욕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3월 15일, 새벽 2시 14분

지은의 일기

오늘도 살롱에 갔다. 김장숙 원장이 빗질하며 내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쓰나려도 나는 꾹 참았다. 그 손길이 선배의 손을 떠올리게 해서다.

대학 선배, 대한민국 군인.
그는 휴가 나온 날마다 뜨거웠다. 훈련장에서 말라붙은 피부를 내 몸에 묻히며 숨이 차오르도록 나를 움켜쥐었다. 나는 그 뜨거움에 환장했었다.

전역 후, 취업난에 시달리던 선배는 나에게만 끓어 넘치는 욕망을 요구했다. 술 취해 누워 있으면 내 몸을 헤집으며 자신이 망가진 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날 이후 나는 그를 떠났고, 동시에 내 몸은 차가워졌다.

빗살이 다시 내 이마를 스쳤다. 원장은 모르지. 지금 이 순간, 나는 선배를 복수하고 있다는 것을.


4월 2일, 오후 11시 7분

현우의 일기

8년 만에 처음으로 그 영상을 봤다. 회사 동기가 건넨 USB.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을 때,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게… 왜 흥분했었지?

20대 중반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였다. 게임 기획서를 쓰다가도 여친의 카톡이 오면 벌떡 일어났다. 지하철에서도, PC방에서도, 때로는 회사 화장실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몸이 반응했다.

30대가 되자 모든 것이 계획화됐다. 연애는 결혼을 위한 프로세스, 스킨십은 임신을 위한 일정표. 연애 6개월 차, 예의상 청혼했다. 그녀도 예의상 수락했다. 혼전 임신이 들통나 하루빨리 결혼식을 올렸고, 아기를 낳고 나니 성욕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임신 중 한 번도 안 했다는 말로 동료들과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자조와 허탈이 뒤섞여 있다.


차가워진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의 상승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승진도, 연봉도, 연애도 모든 곡선은 완만하게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다. 불타는 것은 소모품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30대의 욕망은 언제나 택도 없는 욕망이 됐다. 20대에겐 로맨틱했던 일방적 짝사랑은 이제 스토킹으로 신고된다. 젊은 연하 남녀와의 관계는 미성년자라는 오해를 산다. 결혼한 이의 몸을 바라보는 것은 간통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우리는 차가워진다. 뜨거워지는 순간, 또 다시 상처받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새벽 3시, 이불 속 준수가 다시 내 어깨를 흔든다.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준수의 목소리가 떨린다.
"우리,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꺼져버릴까?"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손등이 차분하게 식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체온인지, 아니면 다시 불태운다 해도 재가 될 미래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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