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침투 불가: '남자라서 괜찮지 않아'라는 말이 내 안으로 파고든 순간

‘남자니까 안 돼’라는 한마디가 가슴을 뚫고 들어오면, 우리는 왜 더 빠르게 굳어지는가. 거절당한 남자성의 뜨거운 반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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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투 불가: '남자라서 괜찮지 않아'라는 말이 내 안으로 파고든 순간

그녀의 경계선

"들어오지 마."

지하철 2호선 강남역 2번 출구. 흔들리는 형광등 아래, 수진이 내뱉은 말은 한낱 고개 저음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철조망 같은 어투. 민혁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섰다. 아직 뜨거운 종이컵이 손가락 안쪽을 데웠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냥 남자니까, 미안."

카메라 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버튼이 잠긴 렌즈가 민혁의 얼굴을 비쳤다. 반사된 형광등이 눈앞에서 터져, 순간 세상이 하얗게 번쩍였다.


민혁은 어젯밤을 떠올렸다. 클럽 ‘매드홀’ 스모키플로어. 수진은 테이크아웃 커피 두 잔을 놓고 손뼉을 쳤다.
“오늘 사진 망치면 나한텐 너무 미안해지는 거지?”
그녀가 민혁의 손등을 한 번 톡 치며 웃었다. 그때의 손끝은 지금의 철조망보다 훨씬 따뜻했다.


침투 불능의 영역

남자라서.
두 글자가 살아 움직였다. 그녀가 내뱉는 대로 민혁의 몸 안으로 기어들어 퍼지더니, 그의 심장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단순한 거절이 아니었다. 침투 자체를 금지하는 명령. 그래서 더 간절해진다. 들어가지 못할수록, 그 안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화끈하게 살아난다.

수진이 말한 ‘남자’는 단순한 성별이 아니었다.

  • ‘강한’
  • ‘주도적인’
  • ‘침입할 듯한’

그 모든 어휘가 민혁의 피부를 타고 흘러, 결국 한 곳에 모여 굳은 결이 되었다.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닌데, 하면서도 동시에 그래도 내가 그런 남자라면 하는 착각이 머릿속을 감돈다.


준호의 축약 사례

“형, 나 진짜 미친 것 같아.”
한강다리 난간, 새벽 2시 47분.
예린이 회식 자리에서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나 여자만 좋아해.”
그날 이후 준호는 헬스장에 등록하고 양복만 입었다.
그래도 안 되는 건가?
—200자 요약 끝—


금기의 뜨거움

심리학자들은 이걸 ‘변증법적 욕망’이라 부른다. 금지될수록 번식하는 불꽃. 수진은 민혁에게서 ‘남자’를 거부하지만, 동시에 그 ‘남자’의 틀 안에서만 그를 바라본다. 그래서 민혁은 그 틀을 더 단단하게 다듬는다. 불가능을 향한 치열한 육각수.

나는 네가 거절하는 바로 그 이유로 너를 원한다.
이 말이 가능한 건, 우리가 성적 선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늪. 억압된 욕망이 끓어오르는 곳.


경계를 넘는 착시

사실 수진은 민혁을 클럽에서 홀린 게 아니었다. 민혁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수진은 술잔을 내려놓고 환히 웃었다. 그럼에도 “남자니까”라는 말이 나온 건, 그래서 더 안전해서다. 성적 쾌락을 부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를 ‘범주’ 안에 가두는 것. 그러면 그녀는 더 이상 민혁을 품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그녀가 민혁을 ‘남자’라는 이름으로 가두려 할수록, 그 틀은 더 뜨거워진다. 마치 닫힌 문 뒤에서 타오르는 불길처럼. 그래서 더 뜨거워지는 거야.


아메리카노의 식은 자리

민혁은 굳은 손을 풀었다. 커피를 바닥에 쏟아버렸다. 검은 얼룩이 하얀 셔츠를 타고 흘렀다. 이제 어떻게 해?
그는 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식어버린 쓴맛이 혀끝을 때렸다. 그리고 속삭였다.

"들어가지 못할수록,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거겠지."


당신이 거절당한 그날의 침묵은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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