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대학 시절 내가 먼저 범한 배신이, 10년 후 그의 침대 위에 누워 웃고 있다

내가 먼저 저지른 배신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젠 그의 아내의 향기를 품은 내 남편, 그리고 내가 다시 잡은 그의 손목. 우리는 서로를 범하며 과거의 뜨거움을 되살리는가, 아니면 끝내지 못한 죄를 반복하는가.

불륜복수집착대학 연애욕망의 순환

“니 걱정 말고 나한테도 하던 짓이야.”

그가 내뱉은 한마디가 화면 너머로 확 날아와 명치를 찔렀다. 나는 당신이 처음이 아니었단 말이지? 그날도, 오늘도. 똑같이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누군가의 뒷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고.


꺼져가던 전등 아래에서

2013년 3월, 서울 신촌의 하숙집 옥탑. 봄비가 지붕 위를 두드릴 때마다 스탠드 전등이 쉬이 꺼졌다. 그날도 그랬다. 전등이 꺼지자마자 나는 민석의 친구 재혁의 손목을 쥐고 복도 끝으로 끌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야.

민석은 단숨에 알아챘다. 다행히 재혁은 3초 만에 나를 밀쳤지만, 이미 우리 사이엔 끝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날 새벽 가방을 싸들고 하숙집을 나섰다. 민석은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내가 끝낼게”라고 말했다. 그 끝이 이렇게 10년 만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우리는 모두 자기 죄값을 최대한 눈치 없이 치른다

민석은 지금 내 옆집 살림을 차리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우리 부부와, 그리고 그의 부부까지 포함된 ‘우리’다. 같은 아파트 501호와 502호.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우리는 서로의 반쪽을 바꿔 안고 지나친다.

그는 내 남편의 상사다. 나는 그의 아내와 헬스장 동기다. 네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마다 나는 그날 하숙집 복도를 떠오른다. 당신도 나를 기억하니? 그 복도 끝에서 우리가 흔들린 공기를.


욕망은 회전목마처럼 온다

작년 여름, 민석 아내 정윤이 집들이에 초대했다. 와인 셋째 병이 비워질 때쯤, 정윤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대학 때 민석이 누군가한테 엄청 상처받았다더라. 너도 아니?”

숟가락이 식탁 위에 철퍽 내려앉았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 나는 모르겠어.”

그 밤 나는 현관문을 꾹 닫자마자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향이 달랐다. 샴푸 향이 아니라, 정윤의 클렌징 오일 냄새가 났다. 그래, 우리 모두 같은 향기에 길들여졌구나.


실화처럼 읽히는 두 개의 방

방 하나, 2월 14일 새벽

지하 주차장 CCTV 영상에는 02:14에 두 대의 차량이 동시에 진입한다. 검은 SUV와 흰 세단. 민석의 차와 내 차다. 02:27, 서로의 차 트렁크를 열고 짐을 옮긴다. 식료품? 선물? 아니. 민석이 가져간 건 빨래 바구니였다. 내가 가져간 건 정윤의 레인코트였다. 우리는 서로의 부인과 남편이 잠든 사이, 빨래를 바꿔 입었다.

“이게 게임이야?” 문득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니면 우리가 자기 죄값을 치르는 방식이야?”

방 둘, 11월 3일 오후

정윤은 헬스장 샤워실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모른 척 탈의실로 들어갔다가, 유리문 너머로 들렸다. “남편이 매주 수요일마다 연차 써요. 누군가 만나는 거 확실해요.”

나는 그날 수요일, 민석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다시 시작할래? 민석: …응.

우리는 모텔에서 다시 만났다. 침대 시트가 민석의 집과 같은 패턴이라, 나는 웃음이 났다. 그가 내 어깨를 어루만질 때마다 나는 정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도 이 느낌을 알게 될까?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두 번, 세 번 되풀이할까

심리학자들은 이걸 ‘착각적 일치 욕구’라 부른다. 과거의 죄를 반복함으로써 그 죄를 해결하려는 뒤틀린 생존 본능. 우리는 민석과 나, 각자의 부부를 배신하면서 그날 하숙집 옥탑의 끝을 달려가려 한다.

하지만 진짜 욕망은 따로 있다. 우리는 서로가 아니라, *‘그날의 우리’*를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이다. 22살, 봄비 맞으며 전등 꺼진 복도에서 손을 잡았던 그 뜨거운 두 사람. 그리고 이제는 그 뜨거움을 모두에게 나눠주려 한다.


너의 배신은 언제 시작됐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당신이 그에게 먼저 상처 준 그날, 혹은 그에게서 먼저 배신당한 그날. 그 기억이 침대마다, 엘리베이터마다, 직장 회식 자리마다 조용히 따라다니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누군가를 범하는 순간, 그건 복수인가, 아니면 단순히 네가 끝내지 못한 죄의 연장선일까.

너는 지금 어떤 복도 끝에서, 누구의 손목을 다시 잡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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