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장 에어컨은 이미 최고로 돌려놓았건만, 민재의 숨결이 닿는 순간 공기가 끓어올랐다. 끼이익— 스프링이 신음하듯 침대가 움찔거렸고, 민재의 무릎이 시트를 누르며 파도처럼 구겨졌다.
“하나만 더.”
그의 속삭임은 니코틴 향이 섞인 맥주 냄새를 타고 내려왔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천장에 걸린 형광등의 울림을 세었다. 하나, 둘, 셋. 각각의 번쩍임이 민재의 눈빛과 겹쳐 번쩍였다.
툭. 네 번째 단추가 풀렸다. 가슴골이 드러나며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할퀴었다. 그 차가움마저도 민재의 손끝보다는 뜨거웠다. 나는 그의 손등 위로 모래사장 향이 배인 땀 냄새를 쏟아냈다.
민재는 말없이 다섯 번째 단추를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삐익— 손톱이 면직물을 긁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 찰나, 나는 문득 오후의 기억이 번쩍였다.
- 민재가 해먹에 누워 선글라스를 올려 쓰던 모습.
- 그가 코카콜라를 마시다가 까만 탄산을 입가에 묻히던 모습.
- 그리고 내가, ‘그래, 오늘 밤엔…’ 하고 속으로 약속했던 순간.
그러나 지금, 나는 그 약속을 부숴버릴 수밖에 없었다. 민재의 손이 마지막 단추에 닿는 순간, 나는 그의 손등에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여기까지만.”
내 목소리는 진저리가 날 만큼 떨렸다. 민재의 손이 번쩍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내 눈물이 반사된 형광등이 눈 속에서 파도를 일으켰다. 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엄지가 살짝 떨리며 내 마지막 단추를 톡, 톡 두드릴 뿐이었다.
창밖으로 초여름의 잿빛 새벽이 스며들었다. 민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앉았다. 그의 뒷모습이 에어컨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눈을 감고, 아직 다섯 개나 남은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그 단추가 지금껏 우리가 넘지 못한 선, ‘이 이상은 안 돼’ 라는 경계석처럼 느껴졌다.
민재가 조용히 말했다.
“미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 건 오히려 나였다. 욕망을 부인한 것도, 민재를 멈추게 한 것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눈물로 끝낸 것도 나였다.
우리는 아침까지 촉촉한 공기만 나누었다. 민재는 해먹으로 돌아갔고, 나는 침대에 남아 단 한 개의 단추를 다시 채웠다. 딸깍. 단추가 잠기는 소리가 이 여름밤의 끝을 알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아직 단 한 번도 풀지 못한 채, 다시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