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18살, 머그잔 위로 흘러내린 우유 한 방울이 남긴 15초의 공범

회사 뒤 탕비실, 차가운 컵 받침대 위에 올려진 내 손끝. 그가 속삭였다. 너는 여기서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애야. 이유는 단 하나, 금기란 결코 끝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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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화, 삼각형 모양의 물방울 냉장고

퍼뜩 미끄러지는 우유가 치마를 타고 흘렀다. 하얀 방울이 무릎까지 닿기도 전에, 뒤에서 니트 가슴이 내 어깨를 덮었다. 진우 과장이 휴지를 끊어 흡수하는 손길은 너무 능숙했다.

너, 아직 열여덟이지?

뭐… 그렇죠. 그럼 여기서 가장 어린애네.

그 순간이었다. 아무도 시킨 적 없는 일을 나는 스스로 시작했다. 그의 검은 머그잔을 아침마다 채우는 일. 단지, 손가락 끝을 한 번 톡 건드렸을 뿐인데도.


속삭이는 화분 뒤편에서 나는 그가 나를 지켜본다는 걸 알았다. 목덜미가 간질이는 것도 알았다.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한켠이 화끈해지는 게 좋았다. 열여덟, 이 나이는 누가 봐도 ‘미성년’이라는 틀에 갇히지만, 대기업 계약직 사무실에선 미묘했다. 서른 살이나 많은 그의 눈빛은 내가 아직 ‘어린애’라는 사실을 흥분시키는 장치로만 작동했다.

어떤 날, 설탕은요? 하고 물었다.

설탕은 네가 넣어줘야 달콤하지.

차가운 문장이지만 속뜻은 뜨거웠다. 그는 나를 범죄자 쯤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었고, 나는 그 도발에 화답하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옥상, 담배 연기 속에서 후배 혜진이 나를 불러냈다. 취사실 뒷문을 나서면 낡은 옥상이 나온다. 열아홉의 혜진은 나보다 한 살 많지만 여전히 풋내기였다.

유진 언니, 나도 알아. 당신 매일 진우 과장 차 채워주는 거. 언니가 그러는 이유 진짜 궁금해.

플라스틱 컵의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니 복사기에서 뽑던 서류가 떠올랐다. 평일 저녁 8시, 사무실엔 나 혼자 남아 있었다. 복사기에서 서류를 뽑다가 뒤에서 그림자가 다가왔다. 진우 과장이었다.

야근이네?

네, 내일 아침까지 해야 해서요.

그럼… 같이 해볼까?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는 복사기 옆 벽에 기댔다.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정리하다 문득, 그의 손등이 내 손등 위에 살짝 내려앉았다. 차가운 피부가 마치 죄를 전염시키듯 온몸을 타고 퍼졌다. 3초, 아주 짧은 3초다. 그날 이후, 나는 그의 머그잔을 채우는 15초가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연습장 위의 내면 독백 나는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가진 청결함을 스스럼없이 더럽히고 싶었다. 진우 과장의 눈빛은 마치 ‘이건 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나침반. 그 방향으로만 걸으면 순수라는 카드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회사 동아리 후배들은 나를 ‘착한 언니’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내가 머그잔을 채우는 15초 동안, 머릿속에선 뜨거운 상상이 뒤집어진다는 걸. 진우 과장이 닫힌 회의실 문 뒤에서 내 목덜미에 숨을 불어넣는 장면. 그리고 내가 너무 떨어서 숟가락 하나 떨어뜨리는 장면.


엘리베이터 7초 오늘도 같은 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쳤다. 문이 닫히는 7초,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내일은 설탕 조금 덜 넣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그를 위한 달콤한 선물이 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가 나를 범죄로 몰아넣을 때, 나도 함께 추락하고픈 걸까?


문을 닫는 소리 27층 사무실의 불이 꺼지고 나면 뒷문을 나서면서 나지막이 생각한다. 내일도 역시 그의 머그잔을 채우겠지. 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 금기란 결코 끝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일한 증인이 된다. 내가 아직 열여덟이고, 그가 눈을 피하지 않는 한, 이 환상은 계속될 테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금기를 깨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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