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 해제됨"이 뜬 찰나의 0.2초
"준영아, 너 오늘 회식 끝나고 바로 온 거 맞지?"
샤워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베란다를 향해 서툴게 외쳤다. 대답 없는 반응, 미뤄진 두리번거림. 그리고는 침대 위에 놓인 아이폰. 검은 화면에 잠금이 풀린 순간, 00:00이라는 숫자가 깜빡였다. 잠금 해제됨.
내 손이 스르륵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화면은 꺼져 있었다. 준영이 샤워에서 나올 시간은 7분쯤 남았을 테니까. 손목이 살짝 떨렸다. 그리고는 손가락이 움직였다. 준영이 쓰던 비밀번호, 4월 14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욕망의 냄새가 스며든 잠금 해제음
화면이 밝아졌다. 카카오톡. 그런데 대화창은 하나도 없었다. 삭제되었을까? 심장이 요동쳤다. 알림센터를 내렸다. '수진'이라는 이름이 떴다. '오늘도 고마워. 내일은 우리가…'
문장이 끊겼다. 그 짧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했다. 수진. 준영이 회사에선 그렇게 이름을 부르나? 내 손에 땀이 차올랐다. 리스트에서 '수진'을 찾았다. 대화방이 없었다. 아니, 대화방이 삭제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프로필 사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수진은 미소 지은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소가 날카롭게 내 심장에 꽂혔다.
그날 밤의 끝없는 스크롤링
"유나야, 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회의가 길어져서."
준영이 퇴근한다며 부탁한 짧은 메시지. 그 메시지를 본 건, 그날 밤 11시 47분. 그리고 내가 스크롤을 멈춘 건 새벽 2시 13분이었다. 2시간 26분 동안 나는 준영의 휴대폰을 뒤졌다. 수진과의 대화방은 물론, 갤러리, 최근 삭제 사진, 심지어 음성녹음까지. 준영은 치밀했다. 대화방은 지웠지만, 수진과의 사진은 클라우드에 남겨두었다. 사진 속에서 수진은 눈을 감고 있었다. 준영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후회라는 단어는 착각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준영의 휴대폰을 매일 엿봤다. 준영이 자는 새벽, 화장실에 간 틈,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 그릇된 욕망은 꼬리를 물었다. 이번엔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준영은 여전히 날 속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은밀한 삶을 마치 연쇄살인마의 다이어리를 넘기듯 읽었다.
준영이 사라진 지 며칠째 되던 날, 나는 그의 휴대폰을 다시 열었다.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준영의 배신을 알고 싶은 게 아니었다. 준영이 날 속이는 순간, 그 찰나의 긴장감이 나를 취하게 했다. 그리고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그 후회는, 준영이 날 속인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었다. 왜 내가 더 일찍 몰랐을까? 그게 진짜 후회였다.
금기 너머의 유혹
인간은 원래 봉인된 문을 열어야만 행복해지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 문이 열리면, 정작 행복은 사라진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문을 여는 버릇을 반복한다. 준영의 휴대폰을 열었던 그날 밤, 나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엔, 준영의 비밀이 아닌 나의 욕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영은 지금 어디 있을까? 그리고 나는 오늘 밤, 또 다른 누군가의 휴대폰을 열까? 아니, 아마도 나는 이미 열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또 다른 수진이, 또 다른 준영이,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당신은 그의 메시지를 몰래 엿본 순간, 후회보다 먼저 온 감정이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감정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