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얼음 같은 숨결이 내 목뒤에 닿는 순간, 나는 녹아 흐른다

차가운 남편과 나 사이, 얼음장 위의 침대에서 매일 밤 조용히 녹아내리는 한 여자의 신음과 갈증, 그리고 꺼지지 않는 불씨의 기록

차가운 결혼욕망얼음과 불밤의 고백

2:18 a.m. 침대에 누워 숨죽인다.

민준이는 아직 잠에 들지 못했다. 뒤척일 때마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허리를 스친다—그의 손은 언제나 겨울의 끝자락처럼 차갑다. 잠든 척 누워 있으면서도, 나는 그 가느다란 냉기가 온몸을 타고 퍼지는 걸 느낀다. 얼음 조각이 살갗에 붙어 녹아내리는 것처럼, 서서히, 끈질기게.

우리는 단 한 번도 같은 담요 안에서 뜨거워진 적이 없다. 겨울 이불 사이로 스며드는 그의 숨결은 서늘한 밤바람처럼 흩날려, 내 뜨거운 목뒤를 스친다. 한 번, 두 번, 얼음 같은 입김. 그 사이마다 내 가슴은 불길처럼 달아오른다. 그러나 그 불은 혼자만의 불이었다.


2:32 a.m. 그가 뒤돌아눕는다.

침대 스프링이 낮게 울린다. 민준이의 등이 내 가슴에 닿는다. 차가운 어깨 뼈, 차가운 살결. 그 모든 냉기가 나의 열기를 빨아들인다. 단 한 뼘의 간격도 허락하지 않은 채, 우리는 마치 서로를 끌어안는 듯 연결돼 있지만 사실은 한 치의 온기도 나누지 못한다. 나는 조심스레 숨을 쉰다. 내 숨이 그의 등뼈에 닿으면, 아주 미세한 서리가 낄까 두려워서.

결혼 1,825일째, 나는 매일 밈다시 이불 속에서 혼자 녹는다. 가슴 한복판에서 피어오르는 불씨는, 그의 차가운 눈길 한 번에 죄다 잿더미로 변한다. 그래도 나는 다시 불을 지핀다. 손가락 사이로, 허벅지 안쪽으로, 혀끝으로.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보지 못하게.


2:47 a.m. 손끝이 떨린다.

한때는 민준이가 내 손을 꼭 잡았었다. 첫사랑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뜨겁게. 지하철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그는 내 손등을 세게 비벼 뜨거운 혈관을 일깨웠다. 그때는 정말, 손끝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계절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내가 혼자이다. 차가운 침대 한복판에서, 나는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려간다. 민준이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의 숨결마저 이제는 서리처럼 가볍다. 나는 이불 틈 사이로, 속옷 안으로, 그리고 더 깊숙이. 내 안의 불을 다시 돌보며, 나는 조용히 녹는다.


3:11 a.m. 한 방울 땀.

뜨거운 한 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건 민준이의 눈물이 아니라, 나의 땀이다. 오랜만에 맛보는 뜨거움. 그 열기가 목뒤를 타고 흐르며 차가운 이불을 적신다. 민준이는 모른다. 그가 옆에 누워 있는 동안, 나는 이미 수십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걸.


3:29 a.m. 차가운 새벽이 문을 두드린다.

창밖으로 새벽 공기가 스며든다. 방 안은 여전히 얼음장이다. 민준이는 꿈속에 있는 듯 고요하다. 나는 이불을 살짝 걷어 올리고, 차가운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신다. 그러고는 다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온몸을 움직인다. 혼자만의 춤을 춘다. 얼음 위에서, 불꽃이 되어.

이 침대는 우리가 함께 샀다. 하지만 지금 여기, 누워 있는 것은 얼음과 불뿐이다. 어느새 나는 민준이보다 먼저 녹아버렸다. 그리고 아침이면 다시 얼음이 되어 그의 곁에 누운다. 차가운 척, 무표정 한 척.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불타는 여자로.


4:02 a.m. 민준이의 숨소리가 가늘어진다.

그가 꿈결에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곧 그마저도 사그라든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차가운 이마, 차가운 입술. 그 눈을 뜨면, 나는 다시 얼음장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매일 밤, 여기서 조용히 녹는다. 혼자만의 불꽃으로, 혼자만의 봄으로.

그렇게 차가운 남편의 침대에서, 나는 매일을 끝낸다. 아침이면 얼음처럼 단정한 아내로 돌아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이 뜨거운 한순간만큼은—나는 녹아 흐르는 여자다. 얼음 위에 쓰러진 불꽃처럼, 아무도 보지 못한 채, 조용히,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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