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사랑은 식었다, 19살 엄마가 침대 옆에서 속삭인 맛없는 진실

젖꼭지에 맺힌 우유 한 방울, 차가워진 36.5도 키스. 아기를 낳고 처음 고백한 건 사랑이 아니라 ‘식어버린 체온’이었다.

19살엄마사랑식음모성욕망청소년부모관계온도

턱 끝에 맺힌 우유 한 방울

"진짜로 식었어."

윤슬은 한 달 전에 낳은 아기를 젖게 하면서 말했다. 침대 곁에서 쭈그린 남자친구, 아니 아기 아빠 민재는 눈을 피했다.

내가 임신한다고 했을 때 뜨거웠던 입술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기 입에는 아직 젖꼭지가 제대로 안 잡혀서, 젖이 흘러내려 윤슬의 턱선으로 흐른다. 차가운 공기에 굳어가는 우유 방울 하나. 그것이 다였다.

민재는 살짝 손을 뻗었다가 아기 머리채를 어루만지는 척하며 멈췄다. 거기서 온기는 이미 다 도망쳤다.


아기 냄새 속에 남은 첫키스의 잔향

엄마가 되기 전, 그녀는 2층PC방 뒷문에서 처음 키스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먹고 돌아오던 그가 입에 가득 남긴 단맛은, 지금도 윤슬의 잇몸에서 불쑥 솟아난다.

그 단맛은 아기 젖 냄새와 섞여서 썩은 달걀처럼 변했다. 육아실에서 24시간 뒤범벅되면서, 그녀는 민재 몸에 밴 담배 냄새를 싫어하게 되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민재는 어젯밤 아기 울음소리에 귀를 막고 나갔다. 다시 들어올 때는 새벽 3시 17분.

출산 후 처음으로 맞는 3시 17분. 분유 한 스쿱과 젖꼭지 소독의 틈바구니에서, 사랑은 본격적으로 식기 시작했다.


딸기맛 젖꼭지와 젖산이 번진 민재의 어깨

발신자: 서윤슬 (19) 받는이: 김민재 (20) 내용: 오늘 젖 떼려고 해

단문이었다. 민재는 3시간 뒤에야 ‘왜’라고 답장했고, 윤슬은 아기가 한숨 돌리는 7분 동안 침대 끝에 앉아 말했다.

“더 이상 안 먹여주면, 네가 안 만져도 되잖아.”

아기는 아직 ‘엄마’라는 발음도 못 하지만, 윤슬은 이미 스물두 번의 ‘엄마’를 세어버렸다. 민재가 2주 만에 처음 아기를 안았을 때, 아기는 울었다. 민재는 어깨에 젖산이 묻었다. 딸기우유맛 젖산이었다. 그걸 보고 윤슬은 갑자기 생각했다.

이 냄새를 아빠에게서 맡게 된 건, 아기에게도 불행일까?


첫 삽과 분유 한 스쿱 사이에서 우리는

사람은 왜 식어가는 온도에 집착할까.

아기를 낳기 전, 우린 매일밤 몰래 만났다. PC방 뒷문, 편의점 옥상, 노래방 화장실. 뜨거운 곳마다 우리가 먼저였다.

그 뜨거움이 냉장고에 넣어진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아기를 낳고 나니, 모든 뜨거움은 젖병 소독기 안에 있었다. 살균온도 100도. 하지만 민재와의 키스는 36.5도를 넘지 못한다.

불과 열 달 전만 해도, 우리는 첫 삽질에 취해 있었다. 이제는 분유 한 스쿱을 떠먹는 8초가 전부다. 8초 안에 민재는 휴대폰 알람을 확인하고, 윤슬은 아기의 숨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우린 서로의 아픔을 모르고 있었다

관계가 식는다는 건, 서로의 아픔을 알아버렸다는 뜻일 수도 있다.

엄마가 되던 날, 윤슬은 자신도 모르게 민재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에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겨우 말해준 적이 있다. 그때 민재는 울지 않았다. 그저 창밖을 봤다.

아기가 처음으로 미소 지었던 날, 민재는 그 미소를 보며 문득 말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봤을까.” 그때서야 윤슬은 알았다. 사랑이 식는 건, 서로의 아픔을 드러낸 순간부터였다.

우린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데, 그만큼 용기가 없었다.


당신은 아직, 어떤 온도를 원하나요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청소년기에 부모가 된 커플은, 부모 역할과 연인 역할 사이에 갇혀버린다고. 그래서 뜨거움도 차가움도 아닌 ‘온도 없음’에 머문다고.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그 ‘온도 없음’이 사실 가장 뜨거운 열병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민재는 어젯밤 아기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소리 없이 울었다. 윤슬은 그 뒷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생각했다.

무엇이 식었다고 말한 걸까. 사랑인가, 아니면 그저 우리가 서로를 몰랐던 시간인가.


아기는 첫 이가 난다는데, 사랑은

오늘도 윤슬은 민재에게 문자를 보냈다.

발신자: 서윤슬 (19) 받는이: 김민재 (20) 내용: 아기 첫 이 났어. 누가 먼저 만져줄까

민재는 답장이 없다. 하지만 그건, 아기의 첫 이를 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녀가 말한 ‘누가’가 아닌 ‘우리’라는 단어를 아직 쓸 수 없어서다.

사랑이 식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진짜로 식은 건가. 아니면 뜨거움을 감당할 용기조차 식은 건가.

당신의 사랑은, 지금 몇 도인가요?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