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결혼 10일 전, 그녀와 마지막 밤을 탐하는 3년차 연인의 불타는 불안

예비 신부와의 도피 같은 바캉스. 그녀의 손가락엔 반지가 번쩍이고, 우리에겐 단 240시간이 남았다. 왜 이 파국이 오히려 달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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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일 전, 그녀와 마지막 밤을 탐하는 3년차 연인의 불타는 불안

"나, 결혼해. 너랑은 안 돼."

에어비앤비 침대 위에 흩어진 드라이 카레. 반지가 낀 왼손으로 내 가슴을 더듬는 그녀. 스튜디오 룸에선 에어컨이 쉬지 않고 울리는데, 둘의 숨은 여름처럼 뜨겁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
‘240시간 뒤, 너는 남편이 생기고 나는 아무것도 사라진다.’


교환 키스, 교환 고통

사실은 알고 있었다. 초대장이 도착한 날, 나는 3년 전 받았던 똑같은 봉투를 떠올렸다. 그때는 말했지.

“우리, 끝까지 가자.”

그리고 오늘. 그녀도 그 말을 똑같이 돌려줬다. 다만 주어가 ‘우리’가 아니라 ‘나’였고, 문장은 ‘결혼까지’로 끝났다.

심장이 두 방향으로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반지가 번뜩이는 찰나, 가슴 한쪽이 캄캄해졌다. 그래서 더 크게 웃으며 끌어안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숙소 502호, 열흘 간의 축제

‘사라야, 미안. 이건 마지막이야.’

클라우디아가 문자를 보낸 건 새벽 1시였다. 나는 그녀를 만나러 오기 전, 에어비앤비 리뷰를 훑었다.

숙소 너무 좋아요! 특히 502호는 성수기에도 조용하더라구요♥︎ — 사라

사라는 예비 신부의 이름. 리뷰 다음 날, 클라우디아는 내게 말했다.

“숙소 예약했어. 502호, 우리가 둘만 있을 곳.”

그녀는 약혼자 몰래 다시 내게 오기로 했다. 결혼식 10일 전, 열흘 간의 휴가. 이건 둘만의 음모였다. 그녀는 매일 밤 약혼자에게 ‘여자친구들과 전통 여행’이라고 거짓말했다. 나는 그 거짓말의 반대편에서 교묘하게 숨죽였다.


가짜 허니문, 진짜 불안

첫날 밤, 클라우디아는 욕실 거울 앞에서 수영복을 고르다가 허리를 꼬았다.

“이건 어때? 남편은 몰래 입어보는 거야.”

남편. 단어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나는 그녀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잘 어울려. 근데…”

나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여름이라는 걸, 그리고 그녀의 첫 번째 허니문이 내가 아닌 제3자와 시작된다는 걸. 어젯밤처럼 입으로 가리고, 낮에는 살갗으로 속이고. 반지 자국이 새어 나온 손등에 키스를 했다.


왜 더 화끈해질까

심리전문의들은 말한다. 금기는 자기도 모르게 특혜의 환상을 자아낸다고. 나는 클라우디아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여자’라는 지위가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 그녀가 아닌, 그녀의 ‘결혼’이라는 파국이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속삭이는 공포
‘이 금지된 시간이 끝나면, 난 다시 혼자야.’

그래서 나는 그 240시간에 불을 붙였다. 아침마다 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손에 반지를 맞춰보고, 끼워도 되는지 물었다. 클라우디아는 웃으며 물었지.

“니가 내 남편이라면 어땠을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그건 진짜 공포일 거라고.


8일째, 모래사장 위의 거짓말

해질녘, 우리는 모래사장에 누워 있었다.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너도 결혼할래?”

나는 모래를 움켜쥐었다. 흩날리는 가루처럼 답이 없었다. 대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단 한 번, 세게.

“클라우디아.”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눈가에 반짝이는 게 눈물인지 바닷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진짜'를 떠올렸다. 서로를 놓지 못하는 게 사랑인지, 파국에 대한 두려움인지.

속마음의 메모
‘우리는 서로를 놓지 못하는 게 아니라, 끝을 놓지 못하는 거야.’


마지막 질문

예식 당일, 나는 뒤에서 클라우디아를 바라봤다. 하얀 드레스가 햇살에 눈부셨다. 신부가 되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내가 아닌 누군가의 전부가 된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떠나지 않았다. 호텔 복도 끝, 비상계단에서 숨죽인 채, 그녀와 남편의 첫날밤 소리를 들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그녀의 숨결이 닿았다.

지금도 나를 찌르는 질문
너는 언제나 사랑이 끝났다고 정말 느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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