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지워야 했던 불륜 자국, 아직도 내 손끝에 끈질기게 남아

봉합된 지 1년, 끝나지 않은 불륜의 잔향이 남긴 새로운 상처들. 차가운 침묵 속에서 부부는 서로의 흔적을 확인하며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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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

아내 지안이 냉장고 문을 닫으며 물었다. 우유를 꺼내던 손에 떨림이 실렸다. 나는 리모컨만 쥐고 있었다—TV는 꺼진 상태였지만, 손등의 혈관이 울렁였다. 1년 전 그날 이후, 우리는 같은 질문을 밤마다 뱉다 삼켰다. 답은 없었다. 단지, 냉장고 서리처럼 차가운 침묵만이 깊어졌다.


먼지처럼 남은 냄새

2023년 3월, 지안은 회색 양모 코트를 두르고 돌아왔다. 바람 한 점 없던 오후, 집 앞 골목에 사내의 담배 연기가 끼어 있었다. 그 냄새는 길게는 열흘, 짧게는 사흘, 침대 시트와 치약 뚜껑 사이를 배회했다. 지안은 매일 밤 목덜미를 문지르며 샤워했지만, 목 뒤로 번진 멍 자국은 비누로 지워지지 않았다. 한 번은 수건을 던지며 말했다.

“미안해, 다시… 안 그럴게.”

그 말 한마디가 실내에 스며들었다. 나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담배 연기가 빠져나가면, 지안도 따라 나갈 것만 같았다.


손목에 남은 톱니

그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지안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뜨거웠지만, 손끝은 울렁였다. 놓으면 자신이 떨어질 것 같았다. 지안은 숨을 곳을 잃은 아이처럼 떨었다. 손목 위로 톱니처럼 새겨진 내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아침이면 그 자국은 보라색으로 살아 있었다. 둘 다 못 본 척했다.


밤마다 오는 ‘회식’ 문자

지안은 11시만 되면 문자를 보낸다. ‘오늘 회식이 늦어. 걱정 마.’ 나는 단답형으로 ‘응’을 보낸다. 그리고 실시간 위치를 켠다. 지안은 그것도 순순히 따른다. 휴대폰에는 잠금 해제가 필요 없다—그녀가 스스로 모든 기록을 내놓는다. 그래도 나는 눈을 떼지 못한다. 흰 화면 속에서 누가 먼저 지쳐 물러날지 모르는 전쟁이다.

지난달 생일날,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케이크를 썰었다. 지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말 행복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동시에 머릿속에서 검은 질문이 꿈틀거렸다—이 여자는 진짜 행복한 걸까? 내가 만들어 준 감옥 안에서?


봉합선이 툭, 툭

친구 현수는 나의 상황을 안다. 그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아내는 6개월 전 임신 5개월 만에 유산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했다. 그날 이후 현수는 더는 아내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우리는 한낮 술집에서 소주를 기울였다.

“봉합선이 툭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

현수는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유리잔 속 소주처럼 투명해진 현수의 눈동자를 마주쳤다. 그 눈빛 속에서 나는 아내의 목덜mi 멍 자국과 담배 냄새를 다시 떠올렸다. 봉합은 끝났지만, 자국은 더 깊게 패여 있었다.


침묵의 끝에 선 채로

밤마다 나는 지안의 손목을 확인한다. 멍든 자국은 아물었지만, 톱니 흔적은 아직 선명하다. 그녀는 잠든 사이, 조심스레 내 손을 밀어낸다. 나는 다시 잡는다. 놓으면 내가 떨어질 것 같아서가 아니다—놓으면, 우리 둘 다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아서다.

언젠가 답이 올까? 아니면, 이 질문 자체가 우리의 끝일까? 냉장고 서리는 두꺼워지고, 담배 냄새는 희미해진다. 하지만 흔적은 남는다. 지워야 했던 불륜 자국은, 아직도 내 손끝에 끈질기게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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