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그가 내민 칩 더미는 불타는 듯 붉었고, 나는 그 빛에 홀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딜러가 턱짓으로 물었을 때, 나는 아직 손에 든 패 한 장도 못 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싱글벙글 웃었고, 그 웃음이 내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첫 배팅은 항상 달콤하니까
카지노 딜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나는 밤마다 남의 돈을 세면서도 한 푼도 걸지 못했다. 딜러는 돈을 만지되, 진짜로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토요일 새벽, 이름 모를 고객이었다. 그는 항상 구석 VIP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나는 3교대 근무에서 자꾸만 그의 테이블을 바랐다.
'그는 나를 기억할까? 아니, 이건 그냥 직업상 미소겠지.'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그가 가볍게 두 손으로 칩을 흩어 던지며 웃었을 때, 눈빛이 나를 찍었다. 딜러는 고객과 말을 나눠선 안 되지만, 그는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이번엔 네가 이기는 게 어때?”
나는 카드를 나눠주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말은 내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진 것처럼 들렸다. 작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 거짓이 나를 향했다는 착각이, 첫사랑처럼 느껴졌다.
거짓 카드 한 장은 성냥개비였다
그날 이후, 그는 매번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항상 같은 자리, 같은 블랙 재킷, 그리고 같은 미소. 나는 점점 그의 패턴을 읽기 시작했다. 잃을 때마다 눈썹이 아주 살짝 올라가고, 이길 때는 오른쪽 입꼬리만 올린다. 그 미묘한 차이 하나가 나에게만 보이는 비밀처럼 여겨졌다.
어느 날, 그는 테이블에 누워 있던 마지막 칩 하나를 꺾어 나에게 건넸다.
“이건 팁.”
백 달러짜리 칩이었다. 딜러가 직접 받으면 안 되는 금액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손끝으로 그의 체온을 느꼈다.
'이건 시작이야. 아니, 끝이야?'
그날 밤, 나는 그 칩을 환전하지 않고 지갑에 넣어두었다. 종이 패킷이 피부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이제 나는 그를 두 번 속였다. 한 번은 칩을 받은 것이고, 두 번은 그 칩이 단순한 팁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받았다는 것이다.
진짜 이름 따윈 몰랐다
만남은 계속되었다. 퇴근 후, 우리는 카지노 맞은편 펍에서 술을 마셨다. 그는 여전히 이름을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어차피 둘 다 거짓이었다. 그는 사업가라 했고, 나는 그저 대학생이라 했다. 진짜로 나는 학교를 그만둔 지 1년째였다.
“너는 왜 여기서 일해?”
그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계속 지니까?”
그는 한참을 응시하더니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진짜 어둠이 있었다. 나는 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왜 자기를 파괴하는 데 돈을 쓸까. 그건 사랑과 같은 거짓말이니까.'
그날 이후, 나는 그의 거짓을 알면서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 거짓이 더 진짜 같았다. 그가 나에게 보여주는 미소, 손끝의 체온, 그리고 지는 순간 흔들리는 눈빛까지. 모든 게 연극이었다면, 그 연극이 내 첫사랑이었다.
빚이 되어버린 첫 키스
첫 키스는 카지노 주차장이었다. 나는 퇴근 후 늦게까지 그를 기다렸다. 그는 그날도 졌다. 차 안에서 그는 나를 붙잡았다. 입술이 닿는 순간, 나는 그의 숨에서 담배와 알코올, 그리고 패배의 쓴맛을 느꼈다.
“나 오늘 다 잃었다.”
그가 속삭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의 패배를 안아주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내 패배를 그에게 주고 싶었다.
'사랑은 왜 항상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짓인가.'
그날 이후, 나는 그를 위해 카지노 밖에서도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나는 은밀하게 다른 고객들의 패턴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그에게 흘렸다. 나는 딜러로서 도덕을 배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배신이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었다.
딜러의 손은 언제나 속았다
그는 이기기 시작했다. 작은 금액에서 큰 금액으로.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배신으로 만들어준 행운이 그를 웃게 했다. 그러나 곧 그는 더 큰 테이블로 옮겼다. 나는 더 이상 그의 카드를 나눠줄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빚졌어.”
나는 그 빚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사랑? 돈? 아니면 그냥 그날의 팁? 나는 그 빚을 갚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빚이 영원히 남기를 바랐다. 빚은 연결고리였다. 거짓이 연결해준 유일한 실타래였다.
'사랑은 언제나 빚을 지고, 빚은 언제나 사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사라졌다. VIP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나는 그날도 그 자리에서 카드를 나눠줬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빚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왜 거짓에 사랑을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도박성 연애'라고 부른다. 불확실한 보상이 오히려 중독성을 높인다. 매번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불안이, 우리를 더 깊게 빠뜨린다. 그는 나에게서 도박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도박의 판돈이 되었다.
하지만 더 깊은 이유가 있다. 우리는 사랑이 진짜라는 것을 두려워한다. 진짜는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거짓은 지워도 된다. 그는 나에게 거짓을 줌으로써, 나를 지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리고 나는 그 권리를 이용하지 않았다.
마지막 배팅
나는 아직도 그 칩을 지갑에 넣어두고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 칩은 내 첫사랑의 유품이다. 딜러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첫 배팅. 그 배팅은 내가 건 것이 아니라, 그가 건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배팅에서 아직도 지고 있다.
당신은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그 첫사랑이 너의 손에 남아있는 거짓 카드로 숨죽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