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내가 소개해준 그녀들이 침대 위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연인을 이어주는 순간, 나는 그들의 관계 유령이 되었다. 침대 시트 위에서 벌어지는 둘의 떨림과 숨소리를 지켜보며, 나는 왜 이토록 발가벗겨진 욕망을 품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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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개해준 그녀들이 침대 위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녀의 첫 키스를 도와줬어"

차 안이었다. 나는 운전을 하고, 유진은 조수석에서 네일을 물어뜯고 있었다. 뒷좌석에는 내가 데려온 새로운 여자, 서연이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세 번째 신호등에서 나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두 사람의 어깨가 쿵 부딪쳤고, 순간 서연이 얼굴을 붉히며 “미안” 하고 중얼거렸다. 유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됐어, 어차피 너랑 키스할 거니까.”

거울이 된 뒷좌석

내가 아는 욕망은 늘 이랬다. 누군가와 누군가를 이어주는 순간,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든 유령이 되었다. 서연이 유진에게 번호를 물을 때, 내가 먼저 전화기를 건넸다. 그들이 첫 만남에서 술 끊고 어디로 갈지, 나는 먼저 숙소를 예약했다. 굳이 왜 그랬을까.

나는 그녀들이 어떤 첫 키스를 나눴는지, 어떤 옷을 벗었는지, 어떤 소리를 냈는지, 모든 걸 알고 싶었다.


그녀가 사라진 밤

유진이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서연이랑 자고 갈래. 괜찮지?’ 나는 ‘당연히’라고 답장했다. 그리고 3시간 동안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만 들락거렸다. 사진이 바뀌었다. 유진과 서연이 얼굴을 맞대고 찍은 셀카. 둘 다 침대 시트를 배경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잠을 못 자고 새벽 4시 27분에 집을 나섰다. 유진의 원룸 앞까지 걸어가 문 앞에 귀를 대었다.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연이 유진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도. “아, 진짜… 너무 좋아.”

남겨진 나의 시선

나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 그들의 중간자였다. 유진이 서연이랑 싸우면 중재자로, 서연이 유진에게 선물 고르면 조언자로. 심지어 연애 한 달 기념일 파티 장소도 내가 잡았다. 그날 밤 술집에서 그들은 나에게 건배를 했다. “우리 연애의 산파, 고마워.” 나는 웃으며 잔을 들었지만, 목끝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왜 나는 이토록 그들의 두 팔이 서로를 움켜쥐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을까.

두 번째 실험

같은 해 여름, 나는 또 다른 여자를 소개했다. 이번엔 내 직장 동료 혜지와, 유진의 친구 민서. 우리는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갔다. 차에선 내가 혼자 앞좌석, 둘은 뒷좌석. 파도 소리가 차 안까지 스며들 때, 혜지가 조심스레 민서의 손을 잡았다. 나는 뒤를 보지 않았다. 대신 사이드미러로 두 사람이 서로를 훔쳐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을 지켜봤다. 그날 밤 숙소에서 나는 혼자 1인실을 썼다. 옆방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와 뭔가 부딪히는 소리. 나는 이불을 끌어올리고 귀를 막았지만, 귀를 막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소리가 내 숨소리와 똑같았다.

왜 우리는 타인의 결합을 원하는가

심리학자들은 이걸 ‘관음증’이라 부른다. 하지만 단순히 보고 싶은 욕망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이 서로의 살과 살을 맞댈 때, 내가 없는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환각을 느꼈다. 마치 내가 두 개의 몸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이 된 듯한.

내가 만든 연결고리는 결국 나를 제외한 둘만의 고리였지만, 나는 그 유리벽 너머에 서서 끊임없이 손끝으로 문지르고 싶었다.


유진과의 마지막 대화

유진은 나에게 한때 말했다. “사실 너랑 나랑 키스했던 날 기억나? 그때 나 진짜 설렜었거든.” 나는 그 말에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유진과 나는 키스한 적 없었다. 그저 내가 유진에게 누군가를 소개했고, 그 누군가가 유진의 첫 키스였을 뿐. 그녀는 나와의 첫 순간을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나도.”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그때의 첫 키스는 결국 내가 보지 못한 키스였으니까.

당신은 누구를 이어줄 용기가 있나

당신도 누군가에게 연인을 소개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옷을 벗을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혹시 아직도 그들이 만드는 소리를 들으며, 당신이 빠진 그 자리를 메우고 싶진 않나. 아니면, 정말로 당신은 단순히 연결만을 원했던 건가. 아니면, 당신은 그들이 당신 없이도 결국 서로를 찾는 순간을, 가장 선명한 화질로 머릿속에 새기고 싶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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