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남편이 나를 가장 음란하게 간직한 방법

딸 사진 사이에 숨겨진 나의 몸. 남편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은 순간, 결혼 전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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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를 가장 음란하게 간직한 방법

“엄마, 이 사진 봐봐.”

다혜가 폰을 내민다. 화면엔 아이 얼굴 백 장이 넘게 쌓여 있다. 체조복 차림으로 수업 끝난 뒤 찍은 기념사진, 생일 케이크 앞에서 초를 붙잡은 모습, 잠든 얼굴 한가운데 뺨을 물린 잔상.

나는 달력에 표시해둔 숙제 마감을 확인하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끝이 가장 마지막 사진을 넘기는 순간, 검은 썸네일 하나가 눈을 찌르고 지나갔다.

20240214_0317.mp4

날짜는 내 생일. 시간은 남편이 새벽에 들어온 날이다. 착샷에는 나의 허벅지 안쪽이 흐릿하게 찍혀 있다. 썸네일을 확대해 두 배, 세 배로 키워도 가려진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끝자락에서 흘러나오는 내 신음 소리 같은 게 파장을 일으켰다.

“엄마, 왜 그래?”

다혜가 나지막이 묻는다. 나는 화면을 덮은 채 헛기침만 연발했다.


입 안 가득 차는 단맛

그날 밤 나는 남편이 씹던 블루베리 껌 맛이 입에 맴돌았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속옷을 고쳐 입으며 내가 생각하는 나, 그리고 그 영상 속의 나 사이 간극이 느껴졌다.

그는 언제 찍었지?

침대 옆 조명은 여전히 누가 켰는지도 모르게 깜박였다. 시트 위로 흩뿌려진 블룙라이트 조각들이 내 몸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그 틈에서 촬영된 나는 낯선 여자처럼 보였다. 눈동자가 침착하게 젖어 있다. 다리를 비비며 움직이는 손끝은 약간 떨리지만 결코 거절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나인가, 아닌가.

남편은 동영상 제목에 숫자를 붙였다. 0317, 0402, 0515… 딸들 사진과 숫자가 교차된다. 아이들 체조대회 날짜, 생일, 아빠와 만년필 쇼핑 간 날. 그 틈새에 끼어든 나의 누드는 겉보기엔 어색하지 않았다. 평범한 가족 앨범에 숨겨진 야만적인 꿈.


우리는 서로를 이렇게 먹었다

“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뜨거웠어.”

남편은 그날 새벽, 내가 반쯤 잠든 목덜미에 속삭였다. 나는 몰래 찍힌 영상을 처음 알았을 때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그는 나를 ‘봤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 나를 가장 은밀하게 소비했다.

윤정(37세, 두 아이 엄마)은 지난겨울 홈캠을 설치해달라는 남편의 ‘요청’을 받았다. 설마 하며 거절했다가도 이상하게 몸이 기억한다. 침대 끝에서 촬영된 그녀의 몸은 생각보다 길었다. 허리가 휘어지는 각도, 숨을 크게 들이마신 가슴의 폭, 그리고 눈을 뜨지 못하는 표정까지.

“나는 네가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영상 속 윤정은 눈을 감고 있지만, 속삭임은 또렷했다. 손에 든 스마트폰 플래시는 흔들렸지만, 초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리고 동시에 두 명이었다. 침대 위의 자신, 그리고 영상 속의 여자. 두 사람 사이에 서서 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의 시선을 목격했다.


시선의 덫

사람은 왜 타인의 은밀한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질까. 고작 사진 한 장, 영상 몇 초에 자신의 욕망을 고스란히 밀어 넣고 싶은 이유.

식탁 위에 놓인 남편의 폰이 울린다. 문자 메시지 하나.

[앨범] 20240528 업로드 완료.

나는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폰을 집어 든다. 잠금 해제는 이미 0000. 들어가는 순간, ‘가족’ 폴더 안 ‘다혜&지유’와 ‘나’라는 폴더가 나란히 있다. 아이들 사진 2,847장. 그리고 나의 14개 영상. 숫자는 1분 남짓이지만, 용량은 3기가가 넘는다. 고화질. 초점은 늘 같은 곳에 맞춰져 있다.

나는 그 폴더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문득 남편이 이 폰으로 아이들 체조대회를 찍으며, 동시에 나를 찍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스친다. 렌즈 하나로 두 세계를 번갈아 보는 눈. 가족의 아빠, 그리고 음란한 관음자. 그 두 가면 사이에서 남편은 어떤 맛을 느꼈을까.


맛을 잃은 혀끝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혜가 아빠 폰에 뭐 있냐고 물었대.”

나는 숟가락을 멈췄다. 요거트가 혀끝에 묻었다가 흘러내린다.

“뭐라고 했어?”

“사진 많은 거 보고 신기했대. 엄마 사진도 있대.”

그 순간, 나는 내가 영상 속 여자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아이들 눈에 비친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침대에서 반쯤 벗은 채로 찍혀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 나는 이미 한 번 죽었고, 다시 살아난다.


너는 내가 아는 나와 남편이 아는 나, 어느 쪽이 더 진짜일까?

그리고 나는 오늘 밤, 그의 카메라를 다시 마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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