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남편이 남자를 만난다는 말 한마디에 숨죽은 우리 침실

기혼 여성들이 품은 가장 음습한 상상. 남편의 다른 욕망, 그리고 그 말이 불러일으킨 침대 위의 소름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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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남자를 만난다는 말 한마디에 숨죽은 우리 침실

"혹시… 너희 남편들도, 가끔 남자를 만나는 거 아니야?"

예은이 말했을 때, 술잔이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굳었다. 민주, 수진, 나. 세 명의 아내, 세 개의 침실, 그리고 하나씩 꺼내든 속삭임. 거실 조명은 따뜻했지만, 우리 사이엔 아직도 밤바람이 흘렀다.


당신은 모르는 사이에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남편이 샤워를 너무 오래 한다는 걸 눈치챘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면 흔적이 닫혀 있고, 침대 시트 냄새가 예전보다 달라졌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니었다. ‘설마’가 아니라 ‘혹시’였다.

뒷범석에서 조용히 떨리는 욕망. 아내인 내가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던 남편의 입술이, 또 다른 남자의 목덜미를 어루만진다는 상상. 그것은 왜 이토록 섬뜩하면서도 끈질긴가.


그녀들이 묻고 싶었던 단 한 마디

첫 번째 이야기 - 서현(35세, 두 아이 엄마)

서현은 남편 민석의 정장 안주머니에서 티켓 한 장을 발견했다. ‘RUSH 클럽, 목요일 23:00’.

만약 진짜라면, 나는 뭘 잃는 거지. 남편이라는 존재? 아니면 내가 알던 세계 전부?

그날 밤, 서현은 민석이 돌아오지 않는 새벽 두 시까지 눈을 떴다. 문 앞에서 들려온 건 낯선 남자의 웃음소리. 살짝 열린 현관문에 비친 두 그림자가 서로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민석은 서현에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구부러진 눈웃음을 지었다.

서현은 숨죽인 채, 그 눈웃음이 자신에게도 향했던 적이 있는지 떠올렸다. 그런데 기억에 없었다. 언제부턴가 민석의 눈은 항상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 - 나영(38세, 결혼 11년 차)

나영의 남편 도현은 매주 수요일 ‘야간 테니스 동호회’에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나영은 동호회 단체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사진 한 장을 탔다. 검은 실내화 사진. 옆에 떡하니 놓인 남자용 목폴라가 선명했다.

왜 그는 우리 집 실내화를 신고 있지 않았을까. 왜 남의 집, 아니 남의 누군가의 집에 있었던 걸까.

나영은 도현의 통장 내역을 훔쳐봤다. ‘콘돔 브랜드, 2박스’라는 글씨가 찍혔다. 그날 밤, 나영은 침대 옆에서 도현에게 물었다.

나: 너, 혹시 남자 좋아해? 도현: …왜 갑자기. 나: 그냥, 느낌이 그래. 도현: 침묵 7초 꿈에서만.


우리는 왜 이 말에 심장을 졸였나

금기는 강렬한 자석이다. ‘절대 아닐 거야’라고 못 박을수록, 상상은 깊은 심연으로 떨어진다. 아내로서, 여자로서, 혹은 아직도 소녀 같은 눈으로 바라본 남편의 뒷모습. 그가 내 품을 떠나 다른 남자의 숨결을 탐한다는 환상은, 끔찍하면서도 서늘하게 달콤하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간다는 건, 그만큼 나는 존재감이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나 역시 그 두 남자 사이에 끼고 싶다는 변태스러운 욕망일까.

질투와 호기심이 한 덩어리가 되어, 침대 위에 누운 우리의 등줄기를 간질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눈빛 속에 똑같은 상상이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까.


침묵이 흘러가는 동안

벌써 두 시간째, 술은 다 식었고, 예은이 먼저 일어났다. 민주는 아직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수진은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그 눈물이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게 부끄럽다’가 아니라 ‘혹시 진짜일까’였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문이 닫히고 나면, 각자의 남편이 돌아온다. 우리는 그들의 눈을 마주치고, 목덜미 냄새를 맡으며, 잠든 뒤 휴대폰을 슬슬 만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문득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너, 혹시 나 말고…?

그러나 그 말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남편이 남자를 만난다는 말 한마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의 침실은 이미 조용히 숨죽은 뒤였다는 걸.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의 목덜미를 엿보고 있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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