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손목을 잡았다. 차 안이 어두웠고, 남편은 며칠째 출장 중이었다.
'형수님, 진짜 괜찮은 거예요?'
반말이라도 할 뻔했다. 손목이 뜨거워서 그의 손가락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눈을 맞추었고, 그 순간 차창 밖에 있던 남편의 두 친구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순간
‘걔네가 왜 저래’가 아니라 ‘걔네가 저러네’였다. 눈빛이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들은 화를 내려고 했지만 실은 놀란 거였다. 나를 미워하던 이유가 딱 하나였으니까. 내가 너무 알았다는 것. 남편의 친구들은 늘 내가 한낱 착한 아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착함을 벗어던지는 순간을 목격해버린 거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오니 메시지가 왔다.
[채팅방] '아무도 없을 때는 그러지 마세요'
[채팅방] '형이랑 얘기할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들도 손목이 뜨거워졌을 테지. 왜냐면 그들의 눈에도 나는 이제 더러운 여자였으니까. 더러운, 권태로운, 그러나 손에 넣지 못하는 여자.
두 가지 진실
사례 1: 지훈이의 부탁
"지훈아, 진짜 괜찮아?"
지훈은 남편의 절친이었다. 10년 넘게. 그는 어느 날 나를 따로 불러내 얘기했다. 카페였고,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계속 돌렸다.
형수님, 형이랑 결혼 전에도 눈치 챘어요. 솔직히 형이랑 저랑 스타일이 비슷하거든? 그래서... 죄송해요.
우리 스타일이 비슷해서 미안하다니. 나는 웃었다. 그는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계속 말했다.
형은 형수님을 갖고 싶은 거고, 저희는... 저희는 형수님이 형을 갖고 있는 게 싫은 거죠.
그날 그는 커피를 쏟았다. 종이컵이 넘어지면서 검은 액체가 내 치마 위로 흘렀다. 지훈은 당황해서 손수건을 꺼냈는데, 손이 내 허벅지에 닿았다. 0.5초. 그 짧은 접촉에 우리 둘 다 숨을 멈췄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미안함이 아니라 수치였다.
사례 2: 민석이의 생일
민석의 생일 파티였다. 남편은 늦게 온다고 했다. 다들 취기가 오르려 할 때, 민석이 나를 불렀다.
형수님, 잠깐만요.
그는 부엌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건넨 건 작은 상자였다.
이건... 제가 산 거 아니에요. 형네 집에 놓고 갔던 건데, 가져가세요.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레이스 팬티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내 것이었다. 한 달 전, 우리 집에서 놀다가 잊어버린 거였다. 민석은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저희가... 흠, 농담 삼아 누구 거냐고 했는데, 형이 형수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은 알게 된 거다. 내 팬티를 보고도 남편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아내 거야.' 그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서 나는 점유물이 되었다. 그리고 침범할 수 없는 점유물로.
미움의 정체
그들이 나를 미워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그들이 상상하면서도 손대지 못했던 결혼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걸 누리는 주인공이 그들의 친구라는 사실이 더욱 불쾌했던 거다.
친구의 아내는 타인의 아내와 다르다. 그건 마치 아주 가까이 있지만 절대 먹을 수 없는 디저트 같다. 눈앞에 있어도 손끝이 닿지 않는, 그래서 더욱 달콤하게 보이는 그 무엇. 하지만 그 디저트가 스스로 자신을 더럽혀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더 이상 숭고한 금기가 아니라 그냥 더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들은 화를 냈다. 하지만 그 화 속에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더 이상 나는 완벽한 친구의 아내가 아니라, 그들도 질투할 이유가 없는 평범한 여자가 된 거니까.
마지막 숨결
그날 밤, 남편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침대에 누웠다.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그들을 미워하는 건가, 아니면 그들이 나를 미워한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건가. 아니면 더 깊은 곳에, 나는 그들이 나를 욕망했으면서도 욕망할 수 없다는 현실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당신은 당신의 연인을 둘러싼 사람들의 미움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미움의 이면에 숨겨진, 그들도 모르는 욕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