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가 밤마다 내 몸을 굳은살처럼 닦아낸다

결혼 후, 나는 식탁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접시가 되었다. 그가 차온 숟가락은 늘 나를 향해 있었다. 가사노동과 성적 금기가 뒤섞인 38세 아내의 음습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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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그는 내 살결을 닦아낸다

빨간 램프 하나, 스테인리스 싱크대 위로 흘러내리는 거품. 그는 뒤에서 다가와 내 허리를 훑으며 속삭였다.

“오늘도 맛있었다.”

그 말이 나에게 한 건지, 식탁 위 국물을 긁어먹던 그의 혀에게 한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내 옆구리를 지나쳤다. 뾰족한 남성용 네일 클리퍼로 다듬은 손톱이 브래지어 끈을 스치는 순간, 나는 숟가락 하나를 떨어뜨렸다. 착각이야. 그는 그저 식기를 치우러 온 것뿐이라고.

나는 싱크대에 팔을 담근 채 숨을 죽였다. 뜨거운 물이 손등을 간질였다. 그는 내 등 뒤로 다가와 접시를 쌓았다. 하나, 둘, 셋. 나는 그 접시들 위에 올려진 오리지널 소스보다 더 절묘하게 배열된 접시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릇이 아니라, 내 몸. 그가 쓰다듬는 내 어깨는 접시 끝의 골짜기 같았다.

"오늘도 깨끗이 닦아줘." 그는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그의 입술이 내 귓불을 핥는 듯한 착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가 닦으려던 건 나의 허벅지가 아니라, 내가 방금 쓴 냄비였다.


엄마는 몸을 숨기지 말라 했지만

“좋은 집에 시집가면 평생 편안해.”

스무 살 엄마의 말은 항상 짧았다. 좋은 집. 좋은 남자. 좋은 밤. 좋은 몸.

나는 스물다섯, 그와 처음 잠자리를 가졌을 때, 그가 내 가슴을 만지며 속삭였다. “이거, 정말 네가 만든 거야?” 그는 내 젖꼭지를 손톱으로 긁었고 나는 웃었다. 그 다음날 나는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엄마는 좋아했다. “남편이 너를 더 사랑할 거야.”

결혼식 날, 나는 백색 레이스 속에 갇혀 있었다. 신랑이 들어올 때마다 웃어야 했다. “그녀는 참 따뜻하다.” 손님들이 말했다. 따뜻한 온도, 따뜻한 접시, 따뜻한 몸. 나는 그 빈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불이 아니라, 식탁보 위에.

첫날밤, 그는 내 브래지어를 풀며 말했다. “오늘은 피곤해.” 나는 그 말이 ‘내일’을 약속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내 가슴을 만지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을 잡고 속삭였다. “내일은 네가 만든 김치찌개 먹고 싶어.”


47개의 접시, 23개의 수저, 12개의 냄비, 그리고 나

3월 12일. 나는 그날도 47개의 접시를 씻었다. 수저 23개, 냄비 12개. 남편은 침대에 누워 맥주를 마셨다. 나는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며 물었다. ‘대체 내가 이 집에서 누구인가.’

그때 그가 다가왔다. 속옷 차림이었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훑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굽쳤다. 접시를 씻는 동작처럼.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도 고생했어.” 그가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나는 그의 손이 내 가슴을 향해 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단지 내 손에 묻은 주방 세제를 닦아주려는 것이었다.

“손이 아프지?”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손에 크림을 바르며 말했다. “이런 건 내가 해줘야지.” 나는 그의 손길이 내 손등을 넘나드는 동안 눈을 감았다.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내 몸을 다시 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유지 보수일까.


권미정, 38세, 카피라이터에서 식기세척기로

미정은 내가 아는 여자들 중 가장 예뻤다. 광고회사에서 ‘밀레니얼 여성의 욕망’을 포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녀는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맞닥뜨린 건 남편의 속옷에 묻은 얼룩이었다. 그 얼룩은 너무 깊어서 빨래판에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의 속옷을 만지작거렸다. 얼룩을 지우기 위해, 혹은 얼룩을 확인하기 위해.

찻집에서 그녀는 나에게 속삭였다. “난 여기서 죽을 거야.” 그녀는 자신의 손에 난 굳은살을 보여줬다.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이건 그가 매일 밤 내 몸을 닦아낸 흔적이야.” 그녀는 찻잔을 들며 말했다. “우리는 결혼식장에서 걸어온 게 아니라, 식기세척기 속으로 걸어들어간 거야.”


그가 내 몸을 벗기던 밤

5월 5일. 그는 드디어 나를 침대로 데려갔다. 나는 속옷을 벗으며 떨렸다. 그가 내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여기, 왜 이렇게 딱딱해?” 나는 웃었다. 국자 자국이야. 그가 내 허벅지를 훑으며 물었다. “이건?” 나는 대답했다. 냄비 손잡이 자국이야.

그는 내 몸 위에 올라타며 속삭였다. “오늘은 너를 먹고 싶어.” 나는 그 말이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내 젖꼭지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이게 제일 맛있어.” 나는 그 말이 나에게 한 건지, 내가 만든 음식에게 한 건지 모르겠다.

그는 내 몸을 만지며 말했다. “이곳은 정말 따뜻해.” 나는 그 말이 ‘사랑한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내 몸을 뒤집으며 속삭였다. “여기, 정말 부드러워.” 나는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집에서 누구인가

오늘 밤도 나는 싱크대에 서 있다. 창밖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남편은 소파에 누워 맥주를 마신다. 나는 47개의 접시를 씻으며 묻는다.

‘내가 이 집에서 누구인가.’

아내인가, 식기세척기인가. 아니, 식기세척기는 적어도 버튼 한 번 누르면 스스로 움직이지 않나.

나는 내 몸을 들여다본다. 거기 굳은살이 있다. 그가 밤마다 닦아낸 흔적. 나는 그 흔적 위에 누워 있다. 식탁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접시처럼.

그래서 나는 묻는다. 오늘 밤, 당신은 당신의 몸을 들여다봤나요. 거기 굳은살이 박혀 있지는 않나요.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당신을 가장 잘 쓰는 타인의 삶을 꾸려주는 일이라면, 과연 그게 당신의 삶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몸에 불과한 건 아닌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사는 그 집. 그 집이 당신 없이도, 과연 하루도 버틸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 집이 무너지는 광경을, 정말 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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