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 돼, 우리가 먼저였잖아"
공항 버스 안. 그녀는 내 무릅 위에 고개를 기댔다. 11개월 만의 재회.
- 잘 지냈어?
- 응, 너는?
- 나도.
짧은 대화 뒤, 그녀의 숨결이 내 목덜미를 간질었다. 새벽 2시의 흐릿한 불빛 속에서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을 스쳤다. 반사적으로 움켜쥐었더니, 그녀는 살짝 떨었다.
역시 아직 똑같구나.
아직까지 안 해봤대?
우리는 20대 후반의 늦은 첫사랑이었다. 대학원 동아리 선배와 후배. 사귄 지 3년. 그러나 내 손이 그녀의 브라 속에 들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결혼 전까지는 절대로." 첫 키스 다음날 그녀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때는 단순히 보수적 가치관인 줄 알았다.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욕망의 실험실
그 금기는 이상한 실험이 되었다. 둘이 누워 있을 때마다, 우리는 절대 본부위를 넘지 않는 대신, 그 경계선을 미친 듯이 탐색했다.
- 목덜미의 새하얀 살을 한 시간 동안 빠는 것도 괜찮았다.
- 가슴 위 1cm까지 손톱으로 긁는 것도 괜찮았다.
- 그녀가 소리를 질러도, 내가 발기를 해도, 끝내 빨간 선만 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수진의 이야기
"우리는 키스만으로도 한 시간을 넘겼어요."
수진(29)은 지난주에야 결혼했다. 그녀도 역시 7년의 연애 끝에, 남자친구와 첫날밤을 맞았다.
처음에는 둘 다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3년차쯤, 수진은 애인이 자고 있을 때 몰래 그의 지갑을 뒤졌다. 그랬더니 피임용품 구매 영수증이 나왔다. 남자친구는 누군가와 이미 해본 적이 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수진은 더 단호해졌다.
'그렇다면 나는 더 지켜야 해. 내가 지켜야 그의 과거를 덮을 수 있어.'
준규와 하은, 그리고 막다른 골목
준규(31)는 하은(29)과 결혼 6개월 전, 결국 손을 들었다.
"그만하자. 나는 이제 못 참겠어."
준규는 이미 전 여자친구와는 몇 년 전에 잤다. 하은은 아직 처녀였다. 준규는 이글이글 타오르며, 하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 그래도 안 돼.
- 왜?
- 네가 지금 하면, 나는 네가 아닌 남편에게 처음을 주는 거니까.
준규는 그 말을 평생 잊지 못했다. 결국 결혼식 뒤 첫날밤, 하은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네가 아니어도 돼. 왜냐면, 나도 원했거든."
왜 우리는 이 금기에 열광하는가
순결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권력의 마지막 보루였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봉쇄함으로써, 남자의 욕망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남자는 그 확장된 욕망을 다시 여자에게 쏟아붓는다. 이 순환은 마치 중독이다. 가면 갈수록, 더 독한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래서 결혼식 전날, 내 연인은 이렇게 말했다.
- 너무 기다렸지?
- 아니, 오히려 좋았어.
- 정말?
- 응. 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욕망의 동물인지 깨달았거든.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참는 동안 내가 얼마나 잔인한지 알았거든."
너는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
결혼식 당일. 나는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친구들이 막아섰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 하나로 모두를 밀쳐냈다.
문 앞에서 멈췄다. 천천히 손잡이를 돌렸다.
그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아직 화장 전이라 입술이 야위어 보였다.
- 왔어?
- 응.
- 오늘이라도… 괜찮을까?
- 네가 원한다면.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가 먼저 다가와 내 귀에 속삭였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더 이상 안 참아도 되잖아. 그래서… 오늘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지도 몰라."
나는 그 말 속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을 읽었다. 우리가 지켜온 금기는, 결국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해금되는 순간, 그 자체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너는 어디까지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에서 기다림이 사라진다면, 너는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