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수업을 빠지게 한 그의 눈빛, 당신도 모르게 따라나선 이유

복도 끝에서 살짝 웃으며 눈을 가리는 준호. 그 시선에 홀린 나는 수업마저 건너뛰었다. 하지만 정말로 피하고 있던 건 그가 아니라, 내 안에선 거절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금기권력욕망집착도피
수업을 빠지게 한 그의 눈빛, 당신도 모르게 따라나선 이유

단 한 번의 시선이 내던진 도미노

“준호야, 오늘 못 볼 거지?”

그가 복도 끝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키며 살며시 웃는다. 아침 9시 40분, 나는 벌써 다리를 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그가 알고 있다.


피신처 없는 캠퍼스

도서관 3층, 화장실 칸, 지하 주차장까지 걸어가도 그 눈빛이 따라온다. 실제로 뒤돌아보면 존재하지 않지만, 목덜미에 남아 있는 화끈한 열기는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수업 시간마다 교실 문 앞에서 3초를 버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가 이미 교실 맨 뒷줄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손끝을 저리게 만든다.

그날도 똑같았다. 3초를 버티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복도를 빠져 나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 왜 또 피해?
  • 나는 네가 좋아서 그런 거야.

그의 두 줄은 수업 대신 학교 뒷산 계단으로 내몰았다. 나는 거기 앉아 ‘좋다’는 말이 언제부터 이런 위협이 되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중얼거렸다.


유혹의 본질은 항상 ‘거절할 수 없음’이다

‘거절하면 상처받을 것 같아서’라는 핑계. 알고 보면 그건 내 욕망의 방패였다.

우리는 대부분의 유혹을 ‘내가 받아들인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거절할 수 없다는 점에 홀린다. 거절했을 때 벌어질 파장의 무게가 아니라, 거절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억압감이 더 날카롭게 각인된다.

준호는 그걸 알고 있었다. 첫눈에 알았다. 내가 누군가를 거절하면서도 미안해하는 얼굴, 불쾌해하면서도 눈을 피하지 못하는 버릇, 말없이 눈치만 보는 작은 떨림까지.


실제 같은 두 편의 기록

Case 1. 민지, 24세, 언어학과

“나는 단순히 두려워서 피한 게 아니에요.”

민지는 스터디룸에서 만난 박 상급생을 회피하느라 4주 연속 금요일 오후 수업을 빠졌다. 그녀는 말한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하면, 제가 끝까지 ‘싫다’고 말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제가 먼저 웃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너무 무서웠어요.”

스터디룸 책상 밑에서 그가 발끝으로 살짝 건드릴 때마다 민지는 다리를 모았다. 그리고 그날도 ‘싫다’는 대신 “먼저 가볼게요”라고 말했다. 15분 뒤, 그녀는 도서관 6층 창가에 몸을 숨겼다. 눈앞에 펼쳐진 캠퍼스는 마치 그녀를 광장에 세워놓은 무대처럼 보였다.

Case 2. 혜진, 29세, 디자인 스튜디오

“지각은 안 하려고 했는데…”

혜진은 5년 차 선배 ‘재윤’이 운영하는 야외 스케치 수업을 빠졌다. 정확히는 수업 시작 30분 전, 그녀의 차는 학교문을 나섰다.

“재윤 오빠가 날 보면 ‘작업실로 와서 보정 좀 도와줘’라고 할 거라는 걸 아니까요. 거절하면 그 다음 수업에 ‘쟤는 빼자’가 될 거고… 그러면 제 포트폴리오가 무너져요.”

혜진은 강남역 지하상가를 돌며 연필 대신 아메리카노를 샀다. 그에게 싫은 소리할 용기와, 학점을 포기할 용기 중 무엇이 더 두려운가라는 질문이 잔뜩 구겨진 영수증 위로 떠다녔다.


금기를 밀어올리는 힘

심리학자들은 이를 ‘변증적 권력’이라 부른다. 상대가 당신을 원하면 원할수록, 당신은 사실상 더 많은 권력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욕망은 ‘거절하면 안 된다’는 금기와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준호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이랬다.

  • 너 피하면 피할수록, 나는 더 궁금해져.
  • 네가 피하는 동안 나는 네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아버렸거든.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를 피하는 게 아니라, 그가 나를 더 원하게 만드는 연쇄 장치를 작동시키고 있었다는 걸.


너는 정말로 도망치는 중인가

당신도 누군가를 피해 수업을 빠진 적이 있는가. 아니면 회사 회식을, 가족 모임을, 혹은 그냥 집 앞 편의점까지도.

그때 당신은 정말로 ‘싫어서’ 도망친 게 아니다.

당신은 그가 당신을 원하게 만드는 자신의 욕망을 확인하는 데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있었던 것이다.


피하면 피할수록 그 눈빛이 선명해지는 이유를, 너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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