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우리 집에 들어온 그녀, 이미 내 방 냄새를 풍긴다

문이 열리고 유령처럼 스며드는 그녀의 향기. 그녀는 아직 한 번도 머물지 않았지만, 이미 내 방 곳곳이 그녀의 냄새를 품고 있다.

집착금기침입향기욕망
우리 집에 들어온 그녀, 이미 내 방 냄새를 풍긴다

냄새가 먼저 왔다

배달음식 냄새도, 담배 연기도 아니었다. 습한 목화같이 무게 있는 냄새가 어젯밤 내 방을 휘감았다. 민아는 아직 한 번도 이 방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건 그녀의 피부에서 우러날 법한 어둡고 단내였다.

내가 미친 건가.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 머리카락에 떨어지는 수증기처럼,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숨은 장소에 서서히 번지는 욕망

사실 나는 그녀가 들어오길 원했다. 아니, 그녀가 들어와도 모를 만큼 미끄럽게 빠져들길 원했다.

내가 원한 건 단순한 섹스가 아니었다. 그녀가 내 삶의 틈새에 뿌리내리는 순간이었다.

일주일 전, 민아와 나는 회식 뒤 같은 택시를 탔다. 그녀는 취해서 잠시 고개를 내 어깨에 기댔다. 그날 이후, 나는 민아의 향기를 떠올리며 자위를 했다. 손바닥 안에 갇힌 그 냄새는 점점 커져서, 이제는 베개마다, 옷장 속 옷마다, 심지어 컴퓨터 키보드 사이마다 번져 있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내 방의 모든 공기를 뒤엎었다.


첫 번째 사례: 지수의 양말

희수는 동아리 선배 지수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러나 어느 날부터 희수는 지수가 신던 것 같은 양말 냄새를 자신의 방에서 맡았다. 문득 문을 열 때마다, 지수의 발뒤꿀치에서 풍겨날 법한 땀내가 코를 간질였다.

희수는 그 냄새를 추적했다. 침대 밑, 책상 뒤편, 옷장 속. 어디에선가 지수의 존재가 맴돌았다.

결국 희수는 창문을 닫고 히터를 켜서 방을 데웠다. 뜨거운 공기가 지수의 냄새를 한층 진하게 품어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희수는 지수가 신던 것 같은 양말을 생각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두 번째 사례: 정우의 침대

정우는 자기 집에 온 적 없는 유진이 매일 밤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침마다 베개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 한 올, 이불에 새겨진 흔적, 그리고 미묘하게 뒤틀린 매트리스.

정우는 유진이 없는 틈에 침대 시트를 들춰보았다. 그곳에선 유진의 목뒷덩어리에서 우러날 법한 따뜻한 향이 났다.

그 순간 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시트를 코에 대고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유진이 자신의 집에 온 적이 없다는 걸, 동시에 유진이 매일밤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걸, 똑같이 믿었다.


냄새란 가장 은밀한 침입자

냄새는 경계를 무너뜨린다.

물리적 침입보다 더 침투력 있는 냄새는, 누군가의 존재를 한순간에 내 몸 안으로 끌어당긴다.

우리는 왜 누군가의 냄새에 이끌리는가?

그건 냄새가 우리의 기억과 욕망이 뒤섞인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체취를 맡는다는 건, 그 사람의 내면을 빼내 내 안에 넣는 행위다.

우리는 그 냄새를 따라가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순간들을 상상한다.

누군가의 냄새를 품는다는 건, 그 사람을 훔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기도 하다.


문이 열리고 아무도 없는 방

오늘도 나는 민아의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여전히 이 방에 온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 방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나의 냄새를 품으며 자고 있을까.

문을 열고 나가면 민아가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나는 내 방에서 그녀의 냄새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문득,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방 냄새를 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는 누구에게, 어떤 향기를 남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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