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가 말했다, 17명. 그날부터 나는 숫자의 노예가 되었다

연인의 과거 숫자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건 독이었다. 매일 뒤범벅되던 상상의 잔혹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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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17명. 그날부터 나는 숫자의 노예가 되었다

"그래, 말해줄까? 17명."

카페 모카가 식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창밖의 비는 흐릿하게 네온사인을 비볐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그저 작은 숟가락으로 휘핑크림을 떠먹으며, 마치 날씨 이야기하듯 말했다.

17명. 그중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이야기도 있어.


내 안에 피어오른 17개의 검은 구멍

그날 이후 나는 미쳤다. 1호는 대학 선배였을까? 7호는 어떤 포즈를 좋아했을까? 13호는 콘돔을 안 끼었을까? 숫자는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나는 그녀의 과거를 캔버스에 그렸다. 남자들의 얼굴은 검은색 동그라미였다. 17개의 구멍, 나는 그 안으로 빠져들었다.

밤마다 그녀의 몸을 더듬으며 나는 지도를 그렸다. 이곳은 3호가 키스했던 목덜미. 저곳은 11호가 손가락으로 적셨던 안쪽 허벅지. 내 입술이 닿는 모든 곳은 이미 누군가의 영토였다.

더러운 것은 과거가 아니야. 네가 그 과거를 되살리는 방식이지.


민서와 재혁, 그리고 나는 0번이었을까?

민서는 29살 디자이너였다. 재혁은 그녀의 첫 번째였다. "처음이었어요, 정말로."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재혁은 믿지 않았다. 그는 매일 밤 민서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뒤졌다. 단체사진 속 소년들의 눈빛을 분석했다.

이 녀석도? 아니면 이 놈?

재혁은 엑셀 시트를 만들었다. 날짜, 장소, 가능성 있는 남성 리스트. 그는 민서의 생리 주기까지 적었다. "아니면 네가 임신했을 때 낙태했던 놈도 있을까?" 민서가 울었다. 재혁은 그 눈물도 증거로 받아들였다.


준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는 여자친구 수진의 숫자를 미리 정해놓았다. 5명. 그 이하면 괜찮았다. 6명이 되면 관계가 깨질 것이었다. 수진은 4명이라고 말했다. 준수는 안도했다. 하지만 그날 밤, 그는 수진의 대학 동창회 사진을 발견했다. 한 남자가 수진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준수는 3일 밤을 새웠다. 그 남자의 SNS를 샅샅이 뒤졌다. 2016년 11월, 수진이 올린 '오늘따라 취하고 싶다'는 글. 준수는 수진에게 물었다. "진짜 4명 맞지?" 수진은 눈을 피했다. 준수는 그날 숫자를 새로 정했다. 3명. 점점 작아지는 숫자, 함께 좁혀지는 미래.


왜 우리는 남의 욕망의 흔적을 소유욕으로 바꾸는가

숫자는 투명한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으스스한 언어다. 우리는 그것으로 상대를 계량한다. 1g, 1cm, 1명. 숫자는 공평한 척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역사적 소유욕'이라 부른다. 우리는 연인의 과거를 현재의 나에게 되돌리려 한다.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하듯.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 과거는 과거로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한다. 더 선명하게, 더 잔인하게.

너는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깊게 속삭이는 것을 상상하고 있지?


너는 과연 몇 번째가 되고 싶은가?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연인에게 "너는 몇 명이야?"라고 물어본 적 있는가? 그리고 그 답변을 듣고 나서, 당신은 그 숫자를 지웠는가? 아니면 더 깊이 새겼는가?

그녀는 내게 말했다. "넌 특별해.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이미 17이라는 숫자를 머릿속에 새겼다. 그리고 나는 18번째가 되었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너는 과연 0번째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너 역시 누군가의 17번째일 뿐인가?

그녀는 지금 어디선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17명의 누군가들 중 하나로서, 혹은 18번째 나로서. 그리고 나는 아직도 비가 오는 날, 그 카페 모카 앞에서 숫자를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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