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가 뱃살을 움켜쥐며 한 말, 나는 그 순간 죄인이 되었다

아내가 거울 앞에서 뱃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릴 때, 남편은 왜 침묵 속에서 죄인이 되어가는가. 결혼이라는 감옥에서 가장 잔인한 고백과 은밀한 권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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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뱃살을 움켜쥐며 한 말, 나는 그 순간 죄인이 되었다

어젯밤, 민지는 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또 2키로 늘었어. 너 때문이야.”

숨을 멈춘 채 TV 웃음 소리만 들렸다. 에어컨이 차가운 땀을 식혀줬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녹아내렸다. 왜 내가 범인이 되어야 하는지, 왜 그녀의 살이 내 책임인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거울 앞 고해성사

시계는 23시 47분. 민지가 허리를 꼬집는 시간이다.

거울 속 그녀는 나를 흘긋 보다가 다시 배를 노린다. 손가락이 뱃살을 움켜쥐면, 나의 가슴이 움켜쥐어진다. 그녀는 말한다.

“다이어트 해야지. 너 때문에 못 하잖아.”

눈빛은 나를 향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를 지나쳐 자신의 몸만 바라본다. 나는 불안을 삼킨다. 그녀의 혐오를 지켜야 한다는 불안. 그녀의 몸을 혐오하는 나를 지켜야 한다는 불안.


숨겨진 욕망의 실

우리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욕망의 실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실은 이미 낡아 누더기가 됐다. 나는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의 몸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몸을 혐오하는 그 순간, 그 눈빛을, 그 자책의 목소리를 비밀스럽게 소비한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지탱할 수 없을 때의 나약함을, 그래서 내가 그녀를 지탱해줘야 한다는 착각을 사랑한다.

그녀의 뱃살이 늘어날수록, 그녀의 자존감이 무너질수록 나는 더 강한 권력을 느낀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가고, 나는 그녀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간다.


잠긴 방, 열리지 않는 문

3년 차 부부, 소연과 재우. 소연은 “나 살 찐 거 같아”라고 말할 때마다 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끄덕임은 위로가 아니었다. 재우는 그녀의 불안을, 혐오를, 자책을 보석처럼 소장했다.

“너 때문에 못 먹는다.” 재우의 침묵은 계약이었다. 그녀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아있을수록, 재우는 그녀에게 더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침묵 속에서 점점 작아졌고, 그의 권력은 점점 커졌다.


출산 후 8키로

6년 차 부부, 나영과 남편. 나영은 출산 후 8키로가 늘었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영은 그의 눈빛에서 뭔가를 읽었다. 그의 눈빛은 말했다. “당신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나영은 그의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범인으로 만들었다. 매일 거울 앞에서 뱃살을 꼬집으며 말했다.

“내가 너무 못생겼어. 너 때문에 그래.”

남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불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믿음, 그래서 그녀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우리가 거기에 머무르는 이유

우리는 왜 여기에 머무르는가. 왜 그녀의 혐오를, 자책을, 나약함을 받아들이는가. 왜냐하면 우리는 그녀의 혐오를 통해 우리의 욕망을, 권력을, 지배慾을 비밀스럽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착취에 머무른다. 그녀의 혐오를 통해 우리는 그녀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얻고, 그녀의 자책을 통해 우리는 그녀를 구원할 수 있는 착각을 얻는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욕망의 함정이다.


마지막 질문

오늘 밤, 민지가 다시 거울 앞에서 뱃살을 꼬집으며 말할 것이다.

“또 늘었어. 너 때문이야.”

그때 너는 어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것인가. 너는 그녀의 혐오를 통해 너의 욕망을 충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혐오를 통해 너의 사랑을 증명할 것인가.

그녀의 뱃살은 너의 사막이 아니라, 너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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