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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그녀가 그의 팔로잉 327명을 한 명씩 열람하는 이유

혜진은 새벽 3시, 그의 팔로잉 327명을 역순으로 스크롤한다. 숫자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래의 배신을 예행연습하는 지도다. 우리는 왜 그 숨겨진 리스트 한 줄에 목을 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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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그녀가 그의 팔로잉 327명을 한 명씩 열람하는 이유

훅(Hook)

"들켰어." 혜진은 새벽 3시 17분, 침대에 누운 채 손가락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 그의 팔로잉 327명을 역순으로 89명째 내려오던 중이었다. 스크린에 찍힌 여자의 프로필 사진은 생일 파티에서 찍은 듯 케이크 앞에 서 있었고, 해시태그는 #birthday #blessed #dinnerdate였다. 마지막 글은 3주 전. 그가 하트를 누른 게시글.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이건 수사다.


욕망의 해부

그녀는 왜 여기 있을까.

나는 모른다고 하면서도 손가락은 자동으로 스크롤한다. 피드 한 장 한 장이 단서고, 누가 누구의 사진에 하트를 눌렀는지가 증거다. 가장 무서운 건 이 행동이 결국 나의 불안을 증명한다는 사실이다.

'그가 과거에 누굴 좋아했는지 알면, 내가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이건 사랑의 준비가 아니라 미래의 배신에 대한 사전 정찰이다.


실제 같은 이야기

사례 1: 수진, 29세, 마케팅 회사

수진은 지난주 목요일 퇴근길에 배달앱으로 치킨을 시켜놓고, 민수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처음엔 그냥 '팔로잉 512명'이라는 숫자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시작은 2021년 5월 사진이었다. 민수가 올린 강아지 사진. 좋아요 47개. 그중 한 여자가 하트를 눌렀다. 프로필을 눌렀더니 반려견 카페 사장님이었다. 수진은 그녀의 피드를 3년치까지 역추적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2022년 3월, 민수가 그녀의 강아지 사진에 '우리 코코랑 닮았다'고 댓글을 단 것을.

그날 밤 수진은 민수에게 "야, 너 코코랑 놀러간 적 있어?"라고 물었다. 민수는 당황하더니 "아, 동네 산책하다가 만난 강아지야"라고 답했다. 수진은 속으로 웃었다. 거짓말. 그 강아지는 수원에 있는 카페에서 키우는 거야.

사례 2: 유리, 26세, 디자이너

유리는 동현과 매치된 지 일주일째였다. 그녀는 동현의 팔로잉 목록을 엑셀 시트로 정리했다. A열은 이름, B열은 팔로우 날짜(추정), C열은 인스타 계정 유형(친구/가족/여자/남자/인플루언서).

가장 흥미로운 건 '지은'이라는 여자였다. 동현이 2019년부터 팔로우하고 있었고, 서로의 사진에 가끔 하트를 주고받았다. 유리는 지은의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이 여자, 동현 타입이야.

그날 밤 유리는 동현에게 "너 옛날에 지은이랑 무슨 사이야?"라고 물었다. 동현은 유리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더니 "그냥 친한 동생이었어"라고 말했다. 유리는 순간 이 남자와는 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숨겨진 것에 환장한다.

그의 팔로잉 목록은 미지의 땅이다. 거기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의 과거가, 취향이, 욕망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 맵을 한 땀 한 땀 수집하면서, 결국 자신도 모르게 '나는 이 사람과 맞을까'를 계산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예상되는 배신에 대한 사전 방어'라고 부른다. 미리 다치면 덜 아프다는 착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아프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가상의 배신을 수백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

새벽 3시, 당신이 그의 팔로잉 327명을 뒤지며 얻는 건 정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자신의 불안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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