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가 원한 건 침을 흘리는 나의 입술이었다, 하지만 말은 아니었다

대화보다 타액에 울음을 섞는 순간, 그가 찾은 건 나의 목소리가 아닌 젖은 입술. 그리고 나는 그게 왜 이토록 환장할 만큼 달콤한지 금방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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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원한 건 침을 흘리는 나의 입술이었다, 하지만 말은 아니었다

“혀 끝으로, 아, 그래, 여기를 더 쓸어내.” 그는 내 아래입술을 엄지로 누르며 속삭였다. 손끝이 떨리는 건 흥분인지 조심성인지 알 수 없었다. 침 한 방울이 그의 손등으로 흘러내렸는데, 그는 눈을 반짝이며 그 자리에 입을 맞췄다.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마치 소리 없이 ‘이것도 네가 주는 거냐’고 묻는 듯했다. 나는 말을 잊고, 말이 되기 전의 젖은 소리만 내뱉었다.


입 속의 작은 호수

내가 원하는 건 말해달라는 게 아니야, 네가 말을 포기하고 흘린다는 걸 보고 싶은 거야.

우리는 키스를 배울 때 거의 대부분의 지침이 ‘깨끗하게’ ‘촉촉하지만 습하지 않게’에 초점을 맞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마치 침이 아니라 ‘침새’가 나면 뭔가 더러운 실수라도 한 듯이. 하지만 그는 딱 그 반대를 원했다. 입술과 입술 사이 틈새로 흐르는 침방울, 그것이 말이 되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눈을 반짝이며 숨을 골랐다. 마치 그 떨어짐이 내 욕망의 증거라는 듯이.

수빈과 재혁의 오후

수빈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를 처음 봤다. 같은 남색 가방을 들고 같은 문 앞에 서 있던 재혁.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는 고개를 흔들고 다시 시선을 내렸다. 수빈도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그의 눈빛이 아래쪽에 머무르는 걸 알았다. 입술이 아니라, 턱 아래로 흐를지도 모를 가느다란 타액선에.

한 달쯤 지나, 수빈은 재혁의 원룸에 처음 발을 들였다.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자, 수빈은 작은 실수를 했다. 컵을 너무 크게 기울어 얼음물이 입 밖으로 흘렀다. 흐르는 물줄기를 보는 재혁의 눈이 흐릿해졌다.

너, 지금… 진짜 침 삼키지 않았지?
…미안, 그냥 조심이 안 돼서.
아니, 잘했어. 다시 한 번 해줄래?

재혁은 서둘러 키친타월 대신 자기 어깨를 내밀었다. 흘린 물이 아니라, 다시 삼키지 않을 침을 요구하는 말투였다. 수빈은 뭔가를 알 것 같았다. 그가 원하는 건 대화의 끝, 즉 말을 포기한 순간의 자신이었다. 말이 소리를 잃고 물리로 변하는 그 찰나를.

민서와 도유의 숨바꼭질

민서는 29살, 어학원 강사. 아이들 앞에선 항상 말끔한 발음, 투명한 미소, 그리고 뽀송한 립스틱을 유지해야 했다. 그런 그녀를 처음 본 건 대학원 동기 도유였다. 월례 세미나에서 민서는 발표 도중 목이 말라 한 잔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순간, 도유는 민서가 삼키지 못하고 턱 끝으로 흘린 한 방울을 보며 숨을 멈췄다.

저건 아마 그녀가 지금껏 숨겨온 욕망의 일부일 거야. 말끝에 묻은,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던 액체 신호.

도유는 민서에게 접근했다.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그녀가 말을 포기하면 어떤 소리가 나올까’라는 호기심이었다. 두 사람은 몇 차례 만남 끝에 도유의 차 안에 앉았다. 대화가 한창 이어지던 중, 도유는 갑자기 민서의 턱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여기 침 묻었어.
…어? 죄송, 티슈…
괜찮아. 그냥 두면 돼.

도유는 손등에 묻은 그 반짝이는 타액을 보고 미소 지었다. 민서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떨림 속에 어떤 해방감이 스며들었다. ‘내가 지금껏 지운 그 흔적을 누군가 원한다’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우리는 이 끈적임에 홀린 걸까

침은 말을 덮는 가장 빠른 물질이다. 말이 태어나기 전, 우리는 모두 침으로 말한다. 아기가 젖을 빠는 동작,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이 흘리는 침방울. 그 뗄 수 없는 기억이 성인이 된 우리의 입 안에 잔물결처럼 남아 있다. 말을 포기하면 침이 승자가 되고, 우리는 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시절로 돌아간다. 상대는 그 침으로 우리를 ‘말을 잃은 아이’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게 단순한 ‘더러움 욕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생충학자들은 타액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일시 정지시킨다고 말한다. 즉, 침 흘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저 사람은 지금 말을 멈췄구나, 방어를 내려놨구나’라는 신호를 읽는다. 순간적인 금기 파괴. 말이 아닌 물리로, 이쪽은 더 이상 말로 위협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너도 말을 멈추고 싶었던 적은 없니

지금 이 순간,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르진 않는가. 당신의 입술이 촉촉해질 때마다 그 눈빛이 번쩍였던 사람. ‘말하지 마, 그냥 흘려’라고 속삭였던 사람. 당신은 한 번이라도 그 눈빛에 홀려 말을 삼키고 싶었던 적은 없나. 그리고 그 누군가는 지금도 당신이 아무 말 하지 않고 덩달아 젖은 채 숨을 골랐던 그 순간을 되새기며 있지는 않나.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혀 끝에 맴도는 말 한 마디 대신, 침 한 방울을 머금어본다. 그걸 삼키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순간, 당신은 과연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는가.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빛에서 당신은 자신의 어둠을 얼마나 또렷히 비춰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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