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다이아는 가득했지만 침대는 얼어 죽었다

3억 원짜리 목걸이를 두르고도 외로운 새벽을 맞는 여자. 화려한 결혼식 대신 사랑 한 줌 얻지 못한 그녀의 침실은 영하 18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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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는 가득했지만 침대는 얼어 죽었다

고급진 냄새가 뚜껑을 열었다

“오늘도 어제보다 더 고급진 향수 냄새지?”

서진이 거울 앞에서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800만 원대 카디건, 3억 원대 다이아 목걸이, 7억 원짜리 팔찌가 차례로 반사광을 뿜어냈다. 침대 위에 앉은 남편 현수는 대답 대신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봤다. 이번엔 또 누구지. 그녀는 그의 눈빛에서 읽었다. 달콤한 메시지 알림이 유리창 너머로 울렸다. 그녀는 끝까지 연기했다. 환한 미소로.


18도의 침실

결혼 5년째, 침실은 언제나 18도로 고정돼 있었다. 아무리 서진이 20도로 올려도 현수는 조용히 18도로 되돌렸다. 여기가 누구 집인데. 차가운 독백이 가슴에 박혔다. 눈을 감아도 심장이 얼음장 위를 뛰는 소리가 들렸다.

옷장을 열면 자수정빛 퍼 코트가 유리잔처럼 부서질 듯 걸려 있었다. 손끝으로 실룩이며 서진은 생각했다. ‘돈으로는 사랑을 못 산다’는 말이 이렇게 모욕적일 줄이야. 그녀는 사랑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돈으로는 안 되더라. 희한하게도.


새벽의 숨겨진 시계

매일 밤 서진은 시곗바늘을 확인한다. 현수가 새벽 2시 47분에 들어온 날도, 4시 12분에 돌아온 날도 그녀는 눈을 떴다. 그의 숨결이 어디로 퍼져 있던가. 가슴이 달아오르는 게 아니라 오한이 밀려온다. 그가 나를 원하지 않는구나. 그 단순한 사실이 차갑게도 들끓게 했다.

새벽 3시쯤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간다. 거울 속 여자는 다이아 목걸이를 두른 채 우울하다. 이 정도의 목걸이를 하고 있어도. 냉장고 문을 열면 시원한 공기가 나온다. 심장은 그 냉기보다 더 차갑게 떨린다.


제니라는 이름

결혼 2년차, 서진은 처음으로 알았다. 현수의 휴대폰에 '제니'라는 이름이 불꽃처럼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살아있는 시신이 되었다. 거실 대리석 바닥에 무릎 꿇고 울었다. 현수는 “집이 어지럽네” 라고 말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랑이 사라진 이상, 집은 더는 피난처가 아니었다.


집안의 두 번째 여자

얼마 전, 서진은 남편의 차 안에서 여자 향수 냄새를 맡았다. 샤넬 넘버5. 그녀는 물었다. “오늘 누구랑 같이 있었어?” 현수는 대답했다. “동료랑 회식이야.” 서진은 알았다. 동료가 샤넬 넘버5를 뿌리지는 않는다.

그날 이후 그녀는 매일 밤 현수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2시 30분, 3시 15분, 4시 12분. 침대에 누워 눈을 뜨고 있어도 그는 오지 않는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시원한 공기가 나온다. 심장은 그 냉기보다 더 차갑게 떨린다.


화려함의 덫

왜 우리는 화려함에 끌릴까.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 욕망이다. 남편의 눈이 반짝이길 바라는 그 욕망. 나를 바라봐. 그러나 화려함은 돌이킬 수 없는 금기를 만든다. 돈은 사랑을 대체할 수 없지만, 돈 없이는 사랑도 흔들린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차게도 불타게 만든다.

서진은 휴대폰을 켠다. 현수의 메시지는 3일째 없다. 오늘도 화려하게 입고, 화려하게 웃는다. 그리고 화려하게 외로워진다. 사랑은 사라졌지만, 다이아는 남았다. 냉기를 떨어내고 싶다. 그러나 떨어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

오늘도 서진은 침실 불을 켠다. 현수는 아직 안 들어온다. 그녀는 다이아 목걸이를 만지며 속삭인다. 사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문득 든다. 빈털터리가 된다는 것. 그게 무서운 건가, 아니면 사랑이 없다는 게 무서운 건가.

창밖으로 새벽 4시 12분의 불빛이 스친다. 서진은 눈을 감는다. 내가 진짜 원했던 건 화려한 삶이 아니었다. 그 말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이제 독자는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사랑 대신 무엇을 쟁취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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