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가 먼저 만난 남자였대.”
손등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던 유진이 갑자기 속삭였다. 술집 조명이 그녀 눈동자를 불꽃처럼 만들었다. 내가 흔들리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바닥만 노릴 때, 민재는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유진이 한 발 다가앉았다.
“너도 민재 좋아해?”
숨이 닿을 듯 말 듯. 우리 사이에 있던 소주병 하나만 제거되면, 그녀의 입술이 내 귀에 닿을 듯 아찔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직 민재와 키스도 못해봤다.
그녀는 왜 먼저 알아챘을까
민재가 처음으로 나에게 다가왔을 때, 유진은 옆에서 “와, 너 진짜 설레 보여”라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유진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나도 보고 싶어. 그 설렘의 전부를.
여자 사이에선 흔한 일이다.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보다, 상대가 누군가를 ‘소유당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렬할 때가 있다.
실화처럼 들리는 두 개의 밤
첫 번째, 2주 전 수요일
장소: 홍대 라이브카페 ‘그레이트잭’.
민재가 무대에서 기타를 뚜드릴 때, 나는 숨을 죽였다. 그가 노래 끝에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옆자리 유진이 내 손등을 살짝 쥐었다.
유진: "진짜 잘생겼다." 나: "...그러게."
그날 유진의 손가락은 불꽃이었다. 내가 민재에게 느끼는, 아직 말도 못 한 설렘의 온도를 재고 있었다.
두 번째, 어젯밤 금요일
장소: 유진의 원룸. 민재는 안 왔다.
유진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민재 너 좋아하는 거... 진짜야?"
나는 모른 척했다. 그러나 유진은 이미 알았다. 그녀가 말했다.
"나도 걔랑 잠깐... 뭐, 있었어."
맥주가 목끝에서 쓰게 넘어갔다. 첫 키스도 못한 내가 들은 첫 고백이었다.
왜 그녀는 먼저 맛보고 싶었을까
심리학자 싱어는 말했다. ‘욕망은 항상 삼각형이다’라고. A가 B를 원하고, C가 A를 원하며, B는 C를 원하는 식.
하지만 우리는 더 간단하다.
‘내가 느끼기 전에, 네가 먼저 느껴봤다는 게 문제야.’
그건 질투가 아니다. 아직 *‘내 것’*이 되기도 전에, 이미 *‘너의 것’*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금기의 순간을, 친구 눈에 의해 먼저 노출되는 기분.
그래서 유진은 나를 유혹했다. 민재를 통해 들킨 나의 욕망을, 다시 유진이 입맞춤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마지막 질문
만약 그날 유진이 민재에게 키스를 해버렸다면, 너는 누구를 더 원하게 되었을까. 아직 입 맞추지도 못한 상대를, 누군가가 입 맞춰버린 순간. 그때 너는 과연 분노할까, 아니면 관음할까.
다음 민재와의 데이트, 넌 유진에게 어떤 얘기를 할 거야?